뉴욕 여행기, 셋째날...
셋째날은 박물관을 봐야하기 때문에 좀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봐야 좀 꾸물거렸더니
9시 반쯤에 나왔지만... 2불을 주고 인터넷에 들어가 저녁의 크루즈 스케쥴과 New York Airport
Service 스케쥴을 확인하고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었는데... 음, 도저히 자주 먹고 싶은
기분은 안나더라. 머핀 하나를 셋이서 나눠먹고 주스만 마셨는데 그래도 안 먹은것보단 나아서
아침은 따로 먹지 않아도 되었다. 원래 아침 먹으면 오히려 탈나는 체질이라 일부러라도 아침은
안먹는데 많이 걸어야 하는 관계로 그 정도라도 먹어야 했다. 몸관리는 스스로 해야 나 자신도
편하고 옆 사람들에게도 괜한 폐를 안 끼치는 법이다.
컬럼비아 대학을 가는 지하철을 타려고 다시 Penn Staiton으로 갔다. 그때쯤은 지하철 노선도가
머릿속에도 박혀 별 무리가 없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 일부러 Information De나에 물어보고 116가
까지 올라갔다. 정말 다행이고 좋았던 것은 116가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컬럼비아 대학이 보였단
것이다.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것이 어찌나 좋았던지...^^ 정문처럼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고풍스럽고 아름답긴 했지만 정문치곤 작아서 처음엔 정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컬럼비아 대학 자체가 작더라. 바로 옆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투어단이 있었는데 재학생으
로 보이는 사람이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가 재학생처럼 보였는지 웬 관광
객 하나가 우리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하다가 내가 디카를 꺼내는 모습을 보고는 포기했다고 한다.
그 관광객은 중국 사람처럼 보였는데 어쩌면 우리를 같은 중국사람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고등학생 투어단도 중국계들 이었고 설명해 주고 있던 재학생도 중국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작다고 말은 들었지만 컬럼비아 대학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작았다. 그대신 풍경이며 분위기는 생
각한 것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좋았다. 일요일이고 방학중이어서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그덕에 찬찬
히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사진을 찍는 사이로 재학생으로 보이는 잘생긴 남자 하나가 지나
가려다 우리를 보더니 미소를 짓고 잠시 보다가 다 찍은후에 지나갔다. 워낙 잘생기고 분위기도 좋
았던 지라 그후로도 가끔 생각이 났는데 그럴줄 알았으면 지나가는거 붙잡고 사진이라도 찍어달라
고 할 걸 후회했다. 그찮아도 셋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였냐구...-_-;;;
후문을 나와서 근처에 있는 Cathedral of St. John the Divine 을 향해 걸었다. 개학이 가까워져서인
지 기숙사로 들어가는 컬럼비아 학생들의 짐도 눈에 띄고 했는데 지키는 사람도 없이 방치해 놓고
옮기는 것이 우리눈엔 신기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호스텔에서도 침대밑에 그냥 가방들을 두고 다
니길래 우리도 첫날에는 락커를 썼다가 둘째날부터는 침대밑에 꼭곡 숨겨놓고 다녔는데 워낙 알아
서 조심을 해야 하고 뭔가 잃어버리는 사람이 바보취급 당하는 분위기에 익숙한지라 적응이 좀 안
됐었다. LA에서는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뭔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내 물건
은 내가 알아서 챙기는 것이 습관화 됐었다. 오히려 치안은 LA보다 뉴욕이 더 안전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걸까, 아니면 우리가 다닌곳만 그런걸까.
컬럼비아 대학에서 불과 네블럭 떨어진 곳에 St. John the Divine이 있다. 백년을 짓고도 아직 다
못지었다는 성당이다. 역시나 건물 뒤편으로 아직도 철근들이 박혀 있었다. 밖에서 올려다보는
규모가 대단했다. 나와 지연이가 흰옷을 입었던 터라 기도하는 천사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생각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St. Patrick 성당처럼 고풍스럽고 조각
들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단순하고 넓기만 했다. 게다가 한창 미사가 진행중이었던지 설
교를 하고 있어서 오래 있지 못하고 금방 나왔다.
다음은 자연사 박물관을 가야 했다. 8가에서 지하철을 타면 금방인데 지도를 보니 우리가 서있던
Amsterdam Ave와 8가가 꽤 떨어져 있는것 같아 걷기 싫은 마으메 우리가 타고 올라왔던 1번 지하
철을 타고 59가까지 내려가 거기서 타시 지하철 B나 C를 타고 자연사 박물관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내려가 카드를 긁고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업타운쪽이라 다시 올라와 건너편의
다운타운 방향으로 내려갔다. 다시 카드를 긁는데 이미 사용했다고 문이 안열린다. 설마 아까 업타
운 방향에서 썼던 것 때문에 그런가, 그런말 못들었는데 당황하다가 마침 그 station에는 일하는 사
람이 있길래 물어봤더니 우리 카드를 기계에 넣고 검색해보고는 18분 안에는 같은 방향을 쓸 수 없
다고 한다. 아까는 업타운 쪽이라도 타려는 번호가 같았기 때문에 안됐던 거다. 그 사람이 문을 열
어줘서 기다라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기는 했는데 모르던 것을 하나 더 알게 되어 신기했다.
타기전에 언뜻 72가와 59가에 지하철이 서지 않는다는 종이가 언뜻 보드에 붙어있는 것을 본 것 같
은데 그 때문에 주의깊게 역들을 살폈더니 진짜로 그냥 지나쳐간다. 어쩔수 없이 42가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원래 59가에서 지하철 B나 C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 했는데 어쩔수 없이 42가에서 제
일 가까지 있던 C를 타고 79가까지 올라갔다. 좀 돌아가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잘된거였다.
원래 59가에서 B나 C를 타면 자연사 박물관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심정적으로는 B에 더 가까워져
있었다. 그런데 42가에서 내려보니 C가 더 가깝길래 C를 탄 거였는데 나중에 프린트해 간 자료들을
읽다보니 주말에는 B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괜히 B 타겠다고 내려가서 시간만 허비할 뻔했다. 거기다 사람도 없을테니 얼마나 불안했을까...^^
C를 타고 79에서 내리니 역시나 바로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거대한 계단에 압도당했다가 입구에
있는 띠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의 동상과 사진을 찍었다. 건물 외관을 찍고 싶었지만 바로 앞에서
는 도저히 카메라 렌즈에 다 잡을수가 없었다. 건널목을 건너기도 힘들고 해서 인터넷 뒤져서 사진
좀 찾아야겠군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왼쪽으로 티켓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우리는
시티패스 덕에 금방 시티패스와 자연사 박물관 티켓을 교환할 수 있었다. 우리가 대략 1시에 갔는데
1시 15분에 Free Highlight Tour가 있길래 우리가 되는대로 훑어보는 것 보다는 중요 포인트만 골라
서 투어를 하는것도 괜찮겠다 싶어 투어에 참가하기로 하고 입구로 다시 와서 공룡뼈와 사진도 찍
고 잠시 앉아서 쉬기도 했다.
투어가 시작됐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방향이 너무 다르게 진행됐다. 우리는 원래 군데군데 중요 포
인트는 투어로 보고 우리가 개인적으로 로즈센터 라든가 하는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이드
하는 분이 아는게 너무 많아서 설명해 주고 싶은것도 너무 많아서인지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고 화
석 하나에 20분을 할애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는데는 도대체 이 투어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
갈지 감이 안잡혔다. 더구나 그때 우리는 몸 상태는 차라리 걷는게 낮지 가만히 서 있으면 다리는
물론 허리가 너무 아파 제대로 서 있을수가 없는 상태였다. 차라리 우리가 개인적으로 보자 하는 생
각에 투어단을 빠져나와 너무 배가 고파 일단 푸드코트로 향했다. 먹고 싶은 음식들을 골라 한꺼번
에 계산을 하는 식이었는데 음식값이 꽤 비쌌다. 치킨너겟과 샐러드, 마카로니와 물 하나를 골라 계
산하는 데도 30불이 넘었다. 대신 포크며 나이크, 컵, 소스등은 무지 고급스러웠다. 이것도 계산을
해야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런것 좀 덜 고급으로 하고 음식가격좀 낮추지 하고 툴툴거리
며 허기를 채워나갔다.
점심을 먹고 나니 두시가 넘었다. 로즈센터에 가서 이것저것을 둘러보고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을
가야하게 때문에 더 있지 못하고 나왔다. 이곳은 정말 넓었다. 오죽하면 박물관 안에서 길을 잃었을
정도였다. 맨하탄 곳곳도 헤매는 일 없이 잘 돌아다녔는데 박물관에서 길을 잃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못하고 엉뚱한 문으로 나와야 했다. 나오고서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하며 주위를 둘어보
았을 정도였다. 방향치의 실력이 여기서 발휘된 것인가-_-;;; 시간이 있다면 이곳에만 며칠을 할애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번에는 첫 뉴욕여행이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모두 훑어야 했지만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박물관 투어만 한번 해보고 싶다.
자연사 박물관은 8가이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5가에 있었는데 그 정도는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두 박물관 사이를 잇는 버스가 마침 오길래 그냥 타버렸다. 몇 번인지는 잊어버렸는데 처음
엔 두 박물관 사이에 버스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버스정류장이 보이길래 버스맵을 살펴보다
가 발견한 거였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느니 그냥 걷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마침 버스
가 오길래 그냥 탈까? 해버린 거였다. 버스를 타고보니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멀었다. Central
Park 사이를 가로지르는데 길이 꼬불꼬불 하다보니 우리 생각보다 길게 가는 거였다. 버스 타서 다
행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버스를 살폈다. 그 버스는 일반버스보다 약간 작은 버스 두 대를 합쳐놓은
구조였는데 가운데가 지하철 칸들처럼 주름이 접혀 있었다. 바로 가운데 앉아 있었기 때문에 버스
가 들썩 할때마다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잡히는 것이 보이는 것이 재미있었다.
5가에서 내려 82가까지 걸어 올라갔다.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공사중인지 온통 비닐을 덮어 씌워놨다. 계단에는 사람들이 몰려 앉아 있었다. 혹시 들어가
려면 줄을 엄청 서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이 그건 아니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계
단역시 엄청났다. 각종 박물관에서 지하철등까지 뉴욕은 정말 계단의 도시인가 보다. 계단 오르내
리다가 볼장 다 보는 느낌이었다. 티켓을 사러가니 과연 인터넷 등에서 읽던대로 입장료가 15불이
다. 그러고서 아래 조그맣게 recommend 라고 써놓았으니 나역시 그냥 들은대로 1불만 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마구 창피주면서 돈 더 내놓으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며
세명분 3불을 내밀었는데 두말도 안하고 영주증을 끊어준다.
2층으로 올라갔다. 19세기 유럽미술관을 돌아보았다. 세잔, 마네, 모네, 르느와르, 고갱, 고gm등의
미술품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용진이와 지연이는 앉아있고 혼자서 그 미술품들을 둘러보았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그림들을 보는것이 재미있었다. 솔직히 그림에는 문외한이다. 봐도 잘 모른다.
그냥 책에서 화가들의 특징 정도나 읽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니 화가
들의 스타일에 눈에 잡혔다. 이래서 직접 보는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의 그림은 라
벨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같은 문외한 역시 보면 그냥 알 정도로 고흐라는 화가의 색채는 강
렬하다. 몇 년전 LACMA에서 고흐전시회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 온갖 생쇼를 하면서 새벽녘에야
고흐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졸리고 힘든 마음에도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아직도 종종 생각이
나곤 한다. 그런 고흐의 작품들을 한번 더 볼 기회를 가질수 있다는 것은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그
도시에 살지 않는 이상 아마도 평생 그리 자주 가질수 없는 행운인지도 모른다. 고흐와 고갱의 그림
은 같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었다. 정신적인 교류를 나누었으나 결국 불행한 만남이었던 두 거장의
그림이 그들의 사후 한 공간에 걸려있는 모습은 내게 묘한 언밸런스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만큼
잘 어울렸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이집트 전시관으로 갔다. 2층에서 너무 진을 뺐던 터라 애들을 먼저 들여보내고
그 앞에서 잠시 쉬었다 들어갔다. 역사를 무척 좋아하고 이집트 역사역시 좋아함에도 나는 평소에
유물을 본다던가 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이집트의 유물역시 굉장했고 그야말로
내 취향의 전시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그럴까 이상하게도 난 그곳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 보고난 후 며칠이 지나서도 생각이 나고 가끔 그 잔상들이 눈앞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나는 뜻밖
에도 뒤늦게 불타오르는 성격이었던 것인가...-_-;;; 참, 퇴마록이 생각나더군. 세크메트의 저주 뭐
그런거. 우샤브티를 좀 찾아보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수 있다는데 내 디카가 자동으로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그걸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몰라 사진을 못 찍었다. 석관이랑 같이 사진찍고 싶었는데 바로
앞에 지키는 아저씨가 있더라.-_-;;;
메트로폴리탄에서 나와 자연사 박물관에서 타고왔던 버스를 거슬러 타고 8가로 가서 지하철 C를
타고 다시 타임스 스퀘어로 내려왔다. 서클라인 크루즈를 타는것이 뉴욕여행의 마지막 스케쥴 이었
는데 크루즈를 타는 Pier 83로 가기 위해서는 타임스 스퀘어에서 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 노선은 잘
모르는데 지하철에서 나와 버스 스탑의 맵을 보니 Pier로 가는것 같길래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면서
드라이버에게 다시 물어봤다. 피어는 12가에 있는데 11가에 내려서 걸어가라고 했다. 11가에서 버
스가 돌아서 간다면서. 하라는 대로 11가에서 내려 한블럭을 걸어 Pier 83에 도착했다. 시티패스에
크루즈 티켓도 있었는데 그냥 배를 타면 되는지 예약이라도 하는건지 몰라 일하는 사람한테 물어보
니 티켓매스터에서 시티패스와 크루즈 티켓을 교환하라고 한다. 우리가 줄을 설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티켓을 바꾸고 나니 사람들이 우르르 와서 줄을 서기 시작한다. 좀 일찍 오길 잘했구나 하
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탈 크루즈는 오후 7시의 Harbor Light Cruse였는데 우리는 다섯시 반쯤
에 도착했다. 물을 하나 사서 마시면서 역시 시티패스에 있는 바로앞의 해양박물관을 구경할까 하
다가 그냥 뒀는데 결과적으로는 거의 6시 좀 넘어서면서부터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기위해 줄을 서
기 시작해서 안가기를 잘했다. 우리도 줄을 서고 기다렸다 배에 올라탔다. 서서 가야할 거라고 생각
한 것과는 달리 의자들이 죽 놓여있었다. 2층으로 갔는데 난간쪽은 사람들이 다 자리를 잡아서 1층
난간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셋이 모두 내뒤에 지연, 지연이 뒤에 용진 하는 식으로 난간쪽으
로 자리를 잡을수 있었다. 원래 첫날 3시 반 크루즈를 타려고 했었다. 계속 일정이 밀려서 결국 뉴욕
마지막 일정이 됐던건데 결과적으로는 그러기를 잘 했다. 크루즈에서의 두시간 동안 조용히 가끔씩
졸기도 하면서 지난 3일간의 바쁜 일정을 추스르고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자유의 여
신상을 코앞에서 보고 서서히 해가 내리기 시작하는 뉴욕의 야경을 바라보며 난간에 턱을 괴고 앉
아 왠지 평화롭고도 나른한 기분으로 뉴욕에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크루즈에서 내려 12가의 M42 버스를 타고 다시 타임 스퀘어로 향했다. 올때는 이 버스가 12가에서
돌아서 갔기 때문에 또 돌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러지 않고 곧바로 타임 스퀘어로 갔다.
8가에서 내려 조금 걷다가 첫날부터 작심하고 노렸지만 먹지 못했던 꼬치를 먹었다. 크릴에 구운
치킨을 핫도그 빵에 올려서 소스를 뿌려 주는데 3불짜리 그 꼬치가 뉴욕에 와서 먹은것 중에 가장
맛있었다. 낮에 돌아다닐 때는 너무 더워서 그거 먹고 돌아다녔다간 체할것 같아 못 먹었는데 날도
어두워지고 날도 제법 선선해 한번 먹어볼까 해서 먹어봤더니 어찌나 맛이 있던지 안먹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아예 맛을 몰랐겠지 뭐...-_-;;; 꼬치를 먹으면서 조금 걷다가 지연이가 더 살것이 있다
고 기념품점에 들어가는 바람에 가게 한구석에서 서서 먹을수 있었다. 원래 서서 먹어도 주로 체하
는데 다행히 뉴욕에 와서 음식조심을 좀 했더니 그렇게 먹고도 배가 멀쩡했다. 원래 타임스퀘어에
서 숙소까지 한블럭이라도 지하철을 타고 가서 거리를 좀 줄일까 했는데 마지막이라고 걷자고 해서
8가길을 쭉 따라 걸었다. 그 시간에 밤에 걸을수 있을날이 LA에서 또 얼마나 있겠나. 사람이 많은
샤핑몰 거리 몇 개 빼고는 말이다. 3rd Street이나 Old Pasadena 같은데... 그런데 그런곳은 일부러
찾아가서 걷는거고 그냥 자연스럽게 목적지가 있어서 걷는것 말이다. 우리는 마지막날에야 뉴요커
흉내를 내게 되었다. 신호등 안바뀌었어도 차 없으면 그냥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