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

뉴욕 여행기 후기

haleyeli 2008. 8. 17. 06:02

1. 무엇보다 뉴욕사람들 엄청 바쁘게 걸어다니는데 적응 안돼 죽을 뻔했다. 아니, 왜 차만 없으면
신호등이 빨간불인데도 건너가는 거지? 너무나 당연히들 건너다니는 통에 신호 기다리고 서있는
우리들이 바보인 것 같았다. 차들 역시 마찬가지, 여기저기 빵빵빵 울려대고 사람이 건너고 있어도
저만치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데 차나 사람이나 서로서로 들이대는 분위기... LA에서 경적소리
들을일도 별로 없이 차앞에 사람이 가면 알아서 비켜줄 때까지 졸졸 그 뒤만 쫓아가거나 한밤중에
나혼자 운전하고 갈때도 꼬박꼬박 신호등 지키는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던 우리들은 뉴욕이 그렇다
더라 말로만 듣던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고 나자 자연스레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시
간 아껴서 몇분이나 번다고... 쯧쯧쯧...


뉴욕은 원래 그렇다더라, 뉴욕커는 그런 거라더라 하는 인정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뭐랄까, 그런
몇초의 서두름이 실제로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긋하고 여유
로운 LA에 살면서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 때문이랄까. 아마 내가 한국에서 곧바로 뉴욕으로 가서 살
았더라면 아무런 의심없이 자연스레 급하고 바쁜 뉴욕커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초창기 LA 시절의
나는 빨간불에 길을 건너지는 않았더라도 보도블럭 아래에까지 내려가서 서 있고는 했었으니까.
하지만 다행히 나는 뉴욕커가 아닌 엔젤리노(나)가 되었고 이제 잠시잠깐 누리는 여유로움이 빡빡
한 일상과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이완시켜 주는지를 잘 안다. 뉴욕 사람들, 아
마 LA에 오면 제성질 제풀에 못이기기가 쉬울거다. LA에선 급하다면 급한 내 성질이 그쪽에 가니
처음 장날을 맞은 촌색시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2. 사람들이 너무 불친절했다. 뭘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는 적이 없었다. 소리를 지르기도 했
다. 꼭 한번은 “What?" 하고 되물었다. 동부쪽 발음은 억양이 세고 덜덜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알아듣기 힘든건 마찬가지였는데 그나마 어설픈 서부발음인 내 말을 그 사람들도 알아듣기 힘든지
엄청 거칠고 큰 소리로 ”What?"하고 되물으면 뭐랄까 기운이 쏙 빠진달까. 내 발음이 그렇게 안좋은
가 자괴감도 들고 그나마 제대로 가르쳐 주기나 하면 몰라, 뭐가 그리 바빠서 그리들 떽떽 거리는지
제대로 대답해 주는 법이 없었다. 나야 이번 한번 묻는거지만 그 사람들은 그런 질문을 자주 듣고
살기 때문인걸까.


3. 대중교통 시설이 참 발달되어 있었다. LA에서는 대중교통을 차를 탈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이 타
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뉴욕은 거미줄처럼 발달한 대중교통과 엄청난 주차비, 혼
잡한 교통등으로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한다. 얘기만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직접 겪고나니 그정도로 발달된 대중교통 시설이라면 나라도 차 안가지고 다니겠다 하는 생각이 들
었다.


4. 가서 경험하기 전에는 뉴욕의 대중교통 시설에 지레 겁을 먹었었다. 그런데 가서 보니 금방 적응
이 되었다. 동서를 잇는 Ave는 버스, 남북을 잇는 Street은 주로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버스노선은
가지고 있는게 없어 조금 걱정은 했어도 표지판의 도움을 받아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했고 지하철
노선도는 손쉽게 구할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려는 목적지에 최대한 가까운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내
려 지도 보고 걸어다니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지하철 노선도는 여러번 접어야 하는 큰것과 작은것
두 개를 이용했는데 다운타운 쪽을 빼면 작은것 하나만 있어도 들고다니기도 편하고 노선도 꼼꼼하
게 잘 나와있다. Hostel을 프론트에도 있고 Penn Station의 Informaiton De나에도 많이 있는데 아
마 구할수 있는곳이 많을거다. 그거 강추한다. 보기도 쉽고 편하다. 다만 MOMA가 옛 위치대로 나
와있어서 그거 하나 허탕쳤다. 그러나 미리 체크하고 간다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5. 지하철 타는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가 지금 서있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위쪽으로 갈거면 무조건
Uptown, 아래면  Downtown행 지하철을 타면 된다. 몇가에서 어느 지하철이 다니는지 노선도에 색
깔별로 표시가 되어있고 지하철이 서는 station마다 동그랗게 표시를 해놓았기 때문에 어느곳에서
내려야 효율적으로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데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내가 애용했던 작은
맵에는 지하철 노선도는 물론 주요 관광 포인트가 모두 나와있었기 때문에 그거 하나만 가지고도
어느정도 뉴욕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노선도를 보고 몇 번 지하철을 타야 하는지 파악해서 그
ststion으로 간다. 그쪽으로 가서 보면 표지판이 알기쉽게 나와있다. 그 표지판을 따라 station으로
내려가 번호만 따라가면 된다. 한두번만 해보면 알게 된다.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방향치다. 들어간
길대로 나간길을 못찾을 정도다. 그런 나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엄청 불안했지만 한두번 해보고 나
니 자신이 붙었다. 내가 했다면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다.^^


6. 동서로 가는 Ave와 남북으로 가는 Street의 구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한결 편하다. 물론 다운타운
으로 내려가면 그런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미드타운, 업타운은 Ave와 Street을 중심으
로 길이 바둑판처럼 구획되어 있다. 물론 LA역시 그런 바둑판 구조이긴 한데 뉴욕처럼 Ave, Street
의 구분이 확실하지는 않다. Ave, Street 외에 Bl, Pl, Dr등이 뒤섞여 있다.


7. 시티패스를 구비해놓을 것을 추천한다. 시티패스에 있는 여섯군데 중에 우리는 세군데밖에 못갔
으니 가격으로 따진다면 직접 티켓을 예매한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쌀거다. 그런데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굉장한 매력 포인트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동의할 거다. 시티패스는 현장에서 구입할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예매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구입하려면 시티패스에 포함되어 있는 장소에 가서 구입하면 된다. 되도록이면 그
나마 사람이 적은 장소에 가서 구입하기를 권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곳에 가면 시티패
스를 사려 한다면 줄서는 시간을 줄여준다는 시티패스 최대의 매력 하나를 날리게 되는 셈이다.
서클라인 크루즈나 해양박물관이 그나마 사람이 적을듯. 나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느데 결과적으로 무척 좋은 선택이었다. 내가 시티패스를 가지고 처음 간 곳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기 때
문이다. 원래 서클라인 크루즈를 첫날에 하고 거기서 시티패스를 살 생각이었는데 미리 가지고 있
는게 안심이 될 듯 싶어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결국 크루즈는 젤 마지막날 갔거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shipping에 handling charge까지 붙어서 세 개 오더하는데 $174.75이 들
었다. 한사람당 5불정도씩 더 준 셈이었는데 그래도 고생을 덜 했으니 돈들인 보람이 있는 셈이다.


8. 뮤지컬 티켓 역시 인터넷으로 디스카운트 티켓을 예매했다. 원래 100불을 주고 보려고 했던 공연
이었는데 디스카운트 티켓을 발견했으니 인터넷 오더로 몇불 더 드는것은 아깝지도 않았다. 내가
예매한 사이트는 즐겨찾기 해놓은 것이 없어졌는데 www.broadwaybox.com에서도 아마 가능할거다. 직접 가서 줄을 서서 예매하는 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내가 원하는 티켓이 있는지 확신도 없고
이미 좋은자리는 다 가져가도 자투리 자리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행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자리도 좋질 못하다고 들었다. 거기다 기껏 시간과 돈을 들여 갔는데 줄 서느라 아까운 시간이
허비되는 것은 몇불 아끼려다 오히려 더 손해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The Phantom of the Opera 1등석 60불짜리 티켓을 shipping과 handling 모두 포함해 한사람 6불
정도였다. 아마 셋이서 쉬핑을 나눠냈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해졌을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