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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김은희] 더 칸(The Khan)
haleyeli
2008. 6. 29. 10:59
'더칸' 1권을 막 읽고난 후의 감정은 '당혹' 이다.
그림이 많이 뭉개진듯 보이고 내용은 구멍이 숭숭 뚫렸다.
'소년별곡'과 'M & M' 당시의 그림을 유지했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니 사실은 지금의 그림체가 본래의 그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한때 수려한 그림체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비슷하되 왠지 둔하고 한층 뭉개진 그림을 대하는
마음이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
내용면에 있어서도 김은희 작가님은 나를 매우 당혹시키는
작가님중의 하난데 'M & M'을 읽은후 무턱된 기대감으로 읽었던
'Guyz'(맞나?)로 인해 첫번째 당혹감을 맛봐야 했고 '소년별곡'
이후 다시 회복된 신뢰감으로 집어든 '스트릿 제너레이션'이나
'히치하이킹에 관한 찬반양론'은 내게 다시금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제목은 무척 멋있는데...-_-
나는 내가 매우 김은희 작가님을 좋아하는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작가님의 여러작품중 내게 맞는 작품은 'M & M'과
'소년별곡'밖에 없었으니 그 두 작품의 영향력이 매우 컸었나 보다.
또한 그 여러작품중 야오이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은 'M & M'밖에
없었음에도 김은희님에 대한 가장 강력했던 인상이 멋진 남자들...
이었으니 'M & M'의 파장이 크기는 컸었나 보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니 'M & M'의 완결을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작가님은 매우 정상적인(?) 세계로 돌아오셨으니 그때 당시의
감수성을 되살려내기 어려울 것이고 억지로 그렇게 된다 한들
다시 당황해야 할 듯 싶어서 말이다...-_-;;;
그 모든것을 차치하고 김은희 작가님은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M & M'을 읽으면서 어딘가 허전했지만 결국은 그것을 잊어버리고
그 작품을 꽤나 좋아하게 되었고 '소년별곡' 역시 읽었던 당시보다는
그후에도 몇번을 되읽어가면서 새록새록 재미를 느낀다.
그런데 다른 작품들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으니 안타깝다.
읽으면서 너무 당황했던 터라 차마 다시 집어들 용기가 없다.ㅠㅠ
그러고보니 이 지면은 '더칸'을 위한 공간인데...
김은희님이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셨고 그 작품의 내용이 내가 무척
좋아하는 역사에 관한 것이라기에 나는 대뜸 '비천무' 정도의 역사물을
생각해 버렸고 그 그림으로 그 의상들이 얼마나 멋있을 것이며
그 동안의 당황은 이번에 감동하기 위한 준비기간이었던 것이야 등등등
내멋대로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당황하게 되었음에 한탄할 뿐이다. 쩝...
그 남자들의 매력이 아직 제대로 꽂히지 못했고 워낙 방대한
스케일이다 보니 숭숭 지나가 버리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님이 의욕이 넘치되 스스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많이 있으신듯 싶다.
허나 아직은 초입일 뿐이니 처음의 정신없음이 차츰 정리되고 뼈대가
잡히면 뒷심을 과시하는 내공을 발산하시게 되길 빌어본다.
어려운 장르를 택한 작가님의 열정과 배짱이 눈에 훤하고 또한 또 하나의
'당황스런' 작품으로 기억되기에는 그 소재와 캐릭터가 너무 아깝다.
-이 글은 4/3/05년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