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만화/김진] 노랑나비같이

haleyeli 2008. 6. 29. 10:37
<노랑나비같이>는 내가 철 들어서 본 최초의 순정만화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중 2때까지 나는 거의 매달 빼놓지 않고 <소년중앙>을
구독 했었는데 6학년때 <소년중앙>에 <노랑나비같이>가 연재됐었다.

처음에 볼적에는 도무지 정감이 가질 않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던 순정체(?)의 그림과 그 많은 대사들. 대사가 넘치다 못해 배경화면에까지
박혀 있었지. 나는 지금도 남자들이 순정만화를 안보는 이유중의 하나가 많은 대사
때문이라고 믿어 마지 않는 편인데 아무리 부인을 해도 내가 바로 그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틀림 없는 이유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긴 그것이 레모네이드 시리즈의
외전격이라는 걸 몰랐던 나로서는 당연히 등장해야할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
당혹스럽기도 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표독이가 누군지 내가 알게 뭐냔 말이다.-_-;;;

암튼 <노랑나비같이>를 몇 달을 흘려보내고서 그래도 돈주고 산건데 아깝지 않은가
해서 중간치를 하나 읽었다. 왠지 거부감 들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독을 했는데
어머나, 세상에 그리도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2층 다락방으로(지나간 잡지나
헌책들은 모두 거기다 모아두고 있다가 어느정도 모이면 아빠가 소쿠리 채로 들어
할머니 집에 옮겨놓곤 했다. 그런 식으로 사촌들과 책을 교환해봤다.)
올라가 지나간 잡지들을 뒤져서 처음부터 보기 시작했다. 대사 하나하나가 감칠맛
나는 것이 처음엔 이상했던 뒷배경의 글씨들마저도 어찌나 정겹던지...

그 이름도 찬란한 '표독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오는 말이 똑똑하지는 못한 녀석.
머릿 속으로는 온갖 철학과 고뇌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작
제이름 하나 발음하지 못해 '포동이'라고 했었지. 이 영악한 꼬마가 어찌나 귀엽던지...^^

마지막회에 현우네 식구가 모두 등장했는데 그 왁자지껄한 폼이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했지만 본편이 있다는걸 알리없는 나로서는 한번 스쳐 지나가기엔 아까운
사람들이다 하는 생각만 했었더랬지. 그때 표독이가 지 아빠를 보고도 뒷배경으로
'아아, 아버지 나의 아버지 노랑나비 첫회에 나왔다가 마지막회에나 다시 나오는
나의 아버지' 어쩌고 혼잣말만 하고 있다가 진우한테 한 대 딱 맞고서 진우가 표독이를
대롱대롱 들고 '요즘 애들은 맞아야 돼'라고 했던가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역시나 바뀌지 않는 성격이여...^^

생각보다 연재가 일찍 끝나서 무척 아쉬웠었다. 그 뒤 김진이란 이름을 잊고 있다가
중2때 <신들의 황혼>을 읽으며 다시 접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틀렸고 비슷하긴 했어도
그림체도 많이 바뀌어 있었던 터라 어릴적의 그 김진과 연결을 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후에 레모네이드 시리즈 중에서도 를 젤 먼저 봤는데
그걸 보고서야 예전과 지금을 연결시키고는 무척 놀랐었단 기억이 난다.
오, 세상에 <신들의 황혼>과 <노랑나비같이>라니... 그 극과 극의 차이라니...

한가지 비슷했단 것이 있다면 진한 남매애 같은 것인데 그건 일종의 김진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닌가 싶다. <1815...>나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김진님의 만화에
남매, 혹은 형제간의 애정은 항상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래도 어쨌거나 같은 남매애래도 그 성격이 틀리지 않은가.
한쪽은 지구를 파멸시킬 듯하더니 한쪽은 낄낄 거리며 웃게 만들고...
도대체 어느게 진짜야? 싶어서 혼자서 무진장 고민했었다.^^

어린 시절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며 봤던 순정만화들을 제외하고는(맨발의 신부 셀레나,
찔레꽃 요정 비올레타 등등이 있었지요. 아, 가끔씩 캉캉 로보트 가족 같은 것도 봤었군...-_-;;;)
철 들어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봤던 최초의 순정만화였다.
그리고 그후 순정만화에 맛들여 이미 점점 볼것이 없어져 가던 <소년중앙>을 버렸고
그후로 뻔질나게도 만화방엘 들락거리면서 만화 인생을 꾸려나갔다.
참 행운이 아닐수 없다. 첫방에 운 좋게도 김진님의 작품을 보게되어 지금까지도
절절하게 그분을 존경하며 살수 있으니 말이다.


이 글은 10/7/2001 에 쓰여진 글입니다.

피에스, 노랑나비같이 사진을 구할수가 없어서 고른다는 것이 토진이 가족이 됐군.
불의 강도 그렇고 옛날거라 그런가 사진구하기가 만만치 않네.
그래도 차라리 레모네이드나 모카커피를 스캔해서 쓸걸 좀 어울리지 않는건 사실이다.
그래도 귀찮다. 우선은 그냥 둬야지. 나중에 바꿀수 있으면 바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