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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사노 미오코] 순수의 천사들

haleyeli 2008. 6. 29. 10:51
카게야마 히로는 열세살 위인 자신의 누나, 토우코를 토우코씨라고 부른다.
돌아가신 엄마와 병석에 누워있던 아빠를 대신해서 집안을 돌보고 이끌어나간
누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호칭인 것이다.
황금같은 20대를 집안과 일에 묶여 지낸 토우코는 이제 서른이 넘었다.
그리고 인생의 다음장을 조심스럽게 시작하려 한다.

히로의 누나관찰기와 히로 자신의 성장만화 정도로 요약이 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얼굴과 정신세계를 지닌 매력적인 남매의 이야기는 요란 벅적지근한
사건과 갈등이 없음에도 지루하지 않고 잔잔하게, 단아하고 아름답다.

토우코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해 나갈 오노 스구르는 요란한 매력은 없지만
믿음직스럽고 잔잔하다. 이런 남자가 좋다. 처음처럼, 앞으로도 잔잔할 남자.
히로 역시 짖궂지만 어른스럽고 인생의 위기들을 호들갑 떨지 않지만 단단하게
헤쳐나갈 것 같아 사랑스럽다. 이런 남자들이 좋다.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고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줄 알고, 그 심리를 헤아릴 줄 알고, 섬세하고,
따뜻하고... 그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토우코와 메구미 역시 일방적이지 않고,
변덕스럽지 않고, 똑똑하고, 성실하다. 이런 사람들이 좋다.

아, 그리고 자신의 동생에게 그렇게 절대적인 애정과 사랑을 받는 누나라니...
남동생의 누나인 입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토우코는 기나긴 세월동안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속박했을수도 있었던
아빠의 병간호를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며 나는 그 기간동안 아빠와
기나긴 장기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
히로는 누나를 잘 뒀고 토우코는 동생을 잘 뒀다.
서로에게 다른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 해도 최초의 가족이었던 그들의 애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참 좋다.



                                  -이 글은 7/12/2004년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