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

[옐로스톤] 첫째날(2) 솔트레잌 시티, 몰몬템플

haleyeli 2008. 8. 17. 05:38
                                    버스안에서 찍은 솔트레잌 시티 시내 전경

우리가 착륙한 Salt Lake City, 미국인들 발음대로는 솔레잌, 써진대로 읽자면
솔트 레이크, 이 도시는 뭐라고 써야할지 좀 애매한데 나는 그냥 편한대로 솔트레잌
이라고 써야겠다. 암튼 이 도시는 유타주의 주도이며 또한 유타주는 몰몬교도들에 의해
개척된 곳이다. 유타 이외에도 와이오밍, 아이오와 등에도 몰몬교도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 일반인들은 몰몬교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듯 싶다.
고작 알고 있는 거라고는 일부다처제라는 것, 돈이 많다는 것, 엄한 율법을 고수한다는 것
정도인데 심지어는 이단이라고까지 몰아 붙여지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묘사된 이미지 정도이다.
어떤 부녀가 대륙을 횡단하다 탈진해 쓰러져 죽을뻔 했다가 몰몬교도들에게 구출
되었는데 이 딸이 아름답게 자라자 몰몬의 규율대로 이 소녀를 이미 아내가 여럿 있는
늙은 몰몬유지(던가, 아님 그 아들이던가)에게 강제로 시집 보내려고 한다.
부녀는 이에 저항하다가 결국 죽음을 당하고 소녀의 약혼자였던 청년이 수십년에 걸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제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네개의 사인>이던가?
가물가물하다. 충분히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질수 있을만한 내용이며 또한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런 취급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솔트레잌 시티는 매우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이다. 실제로 몰몬교도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는 깨끗하고 범죄없는 도시로 유명하다. 그들의 계율은 매우 절대적이고 또한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이 사는 도시는 범죄는 물론 알코올섭취량도 매우 적고
또한 매우 학구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그리고 또한 알려진 대로 그들은 매우 돈이 많다.
흔히 알려져 있는 큰 기업만도 델타 에어라인, 월마트, 샘스클럽, 콜게이트 치약 등이
몰몬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업이고 펩시콜라도 몰몬재단에서 운영되다가 다른 기업으로
넘어간 대표적인 브랜드이다.(라고 한다. 들은거라서 확실하지는 않다.)

                      건물이 깨끗하고 예쁘길래 뭔가 했더니 안 어울리게시리 court였다.
                            버스안에서 급하게 찍느라 옆에 창문선이 그대로 보인다
.

내가 이런 얘기들을 구구절절히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의 첫 여행코스가 바로 솔트레잌에
위치한 몰몬템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지만 독실한 기
독교도들은 때때로 몰몬템플을 방문하는 것에 매우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월마트가 몰몬재단에서 운영된다는 것을 처음 듣고는 다시는 월마트에 가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나는 유아세례를 받은 카톨릭인데(사실 성당 안나간지 5년쯤 됐다.-_-;;;) 어렸을때
친구들에게 이단취급을 꽤 자주 받았다. 성체를 모시는 것은 우상숭배였고 특히나
성모마리아를 공경한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단취급을 받는 주 요인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들을 했냐고 물으면 더 기가 막힌 것이 교회의 주일학교 선생님이나
심지어는 목사님들까지 그런 얘기들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듣는대로 믿는 어린양들이야
그러려니 하는수밖에
다시금 말하지만 카톨릭에서는 성모마리아를 신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어머니로 존경한다.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존경하는 것처럼 말이다.
설마 아직도 이런 설명을 해야하는 시대는 아니겠지
-_-;;;

지금에야 그런일이 없겠지만서도 내가 종교에 그닥 큰 관심이 없으면서도, 또한
카톨릭이라는 거대 종교가 지나친 보수성과 비대함으로 급변하는 세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속으로 곪아 들어간 문제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지어는 고대
민족 종교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증산도나 뭐 그런거라는게 아니구 고대
우리 선조님들이 믿었던 날 것 그대로의 원시종교) 어디가서 종교가 뭐냐고 물으면
카톨릭이라고 대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약간의 우월감은 존재할 지라도
적어도 카톨릭에서는 다른 종교들을 이단이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것.
신부님과 술 한잔을 할수도 있고 명절 전에는 프랑스에서 오신 벽안의 신부님이
제사 잘 지내고 제사음식 너무 많이 먹어서 배탈 나지 말라고 말할수 있는 분위기.
아마도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며 얻어낸
교훈일지는 몰라도 나는 배타적인 것은 싫다. 모든 종교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단지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거부될수 있는 그런 성질이 아니다.
그들의 환경과 상황에 가장 잘 맞았기에 선택되었고 발전되어온 것이다.
수천년 후에 문득 들른 선교사들에 의해서 미신이며 우상이라고 배격되어야 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 심지어 그들이 믿는 신이 같은 신임에야.
마호멧이 계시를 받았다는 알라와 서양의 야훼(여호와)는 같은 존재다. 그런데도
그들은 종교 때문에 그렇게 많은 목숨을 뺏고 빼앗는다. 몰몬 또한 다르지 않다.
몰몬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계시 받았다는 신은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이단신이
아니라 우리가 믿는 하느님과 같은 분이다. 머더 테레사가 뵈었고 성 프란체스코가
뵈었던 그런 신과 천사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조셉 스미스는 어떤식으로 계시를
받았길래 지금까지와는 다른 율법을 주장하게 되었고 결국 박해받아 쫓겨 다니기까지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몰몬경을 읽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몰몬경을 읽고싶다고
신청을 했으니까 조만간 손에 주어지면 차근차근 읽어보고 판단할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성경을 잘 안다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몰몬템플 입구에 위치한 사인.

몰몬템플을 들어서자 놀랍게도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곳에는 각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들의 모국어로
가이드를 한다. 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심지어는 아프리카의 퉁가(이름만 몇번 들어본
아득히 먼 나라..)에서 온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평소에 자신들의 생업에
충실하다가 자원에 의해 1년 8개월 정도 봉사를 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그런 몰몬교의 적극성과 홍보수단이 놀라웠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데 호감가는
성품을 지닌 모국인이 친절히 설명을 하며 안내한다. 타종교의 광신도가 아님에야
최소한의 호감을 느낄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이 별로 없고 그나마 싸늘한 시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그들의 성전을 개방하고 적극적인 홍보로
우리는 이렇습니다, 하고 적극적으로 알린다.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알려나가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우리의
역사를 앉은채로 강탈당할 상황에 처한 우리 모국의 살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또한 몰몬교는 신도들의 헌금에만 의존하는 종교가 아니다. 그런식으로 운영된다면
작은 종교가 살아남기 위해 강탈이 없을 수가 없었을 것이고 그것은 박해의 좋은 빌미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업을 하기 시작했고 그 사업들의 결과가 위에서 말한
기업체들이다. 몰몬재단은 전세계에서 돈이 가장 많은 종교재단이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의 10%가 솔트레잌시티로 들어온다고 한다. 도시가 부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그곳에서 본 가장 높은 건물은 몰몬재단 총본산이 위치한 곳이라고 했다.
초기 사업자금이 어떻게 마련되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들은 대단한 저력을
가진 이들임에는 틀림없는 듯 싶다. 그런 도시를 건설하도록 신이 허락했다면 그것이
그들의 저력과 당위성을 설명하는 거장 큰 이유가 아닐까.

 
정식명칭 <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 교회>, 통칭 몰몬교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당신들에 대해 더 알고싶다는 욕구, 그리고 최소한의 호감.


초기 몰몬교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성전 내부. 협소한 관계로 지금은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뒤의 저 파이프는 안에 들어있는 자잘한 관들까지합하면 수만개가 된다고 하는데
세계에서 열두번째인가의 규모라고 한다.헌데 신기한건 저 제단에서 종이를 찢으면
찢기는 소리가 그대로 제일 뒤까지 가감없이 들려온다. 소리에 무지 민감한 곳이다.
여기선 절대로 역적모의를 못하겠다.-_-;;; 또한 의자며 기둥을 구성하는 나무들에
나뭇결 무늬와 대리석 무늬들은 모두 손으로 일일이 그려넣은 거라고... 그 정성이 놀랍다.


이 건물이 현재의 메인 템플이다. 저 꼭대기에 있는 노란 조각상은
몰몬의 창시자인 조셉 스미스가 처음 계시를 받았다는
모로니에 천사라고 한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일부다처제에 대해서이다.
188년대 중반 그들이 기나긴 여정끝에 유타로 넘어왔을 때 힘든 여정으로 인해 남자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과부가 된 생활력 없는 여자들과 또한 자손을 번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일부다처제이다. 이 율법은 1890년때 후반 몰몬교가 번성하면서
없어졌다고 하는데 이 부분을 몰몬교에서는 신이 어쩔수 없이 허락하셨다가 거두어가신
사명이라고 하고 외부에서는 정부와의 대치끝에 어쩔수 없이 강제 철수된 율법이라고 한다.
또한 아직까지 일부다처제를 고수하고 있는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 대해서 몰몬교도들은
그들은 몰몬교를 내세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탈선자들로 보고 그들은 더 이상
몰몬교도가 아니라고 하는 반면 외부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율법으로 보고
있다. 어느쪽이 진실인지 현재의 나로서는 알길이 없다. 앞으로 열심히, 편견없이
찾아내야할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