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

[하와이] 첫째날과 둘째날, 다이아몬드 헤드 & 폴리네시안 민속촌

haleyeli 2008. 8. 17. 06:11

8월 31일 금요일, 2007년

오후 5시 55분에 LA를 출발한 비행기는 하와이 시간으로 8시 반쯤 하와이 호놀루루 공항에 도착했다. 하와이가 LA보다 세시간 느리다. 짐을 찾아서 와이키키로 오니 9시 반쯤. 호텔은 스카이패스 마일리지를 사용해서 무료로 묵게된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이다. 대한항공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라는데 오래된 호텔인가 보다. 그리 많은곳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여태껏 묵었던 호텔, 모텔들중 가장 후졌다. 첫눈에 보기에도 너무 오래된 티가 나는 카펫, 군데군데 얼룩진 욕실. 그래도 공짠데 그게 어디냐 하는 마음에 그걸로 만족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근처나 돌아보자고 밖으로 나왔다. 출출하진 않았지만 뭐라도 먹고싶은 마음에 근처에 있는 Cheeseburger in Paradise에 들어가 치즈버거와 시즌스 프라이스, 엄마를 위해 피냐콜라다를 주문했다. 하와이에선 꽤 유명한 집이라는데 창문을 터서 안에서 밖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와 벽에 붙어있는 하와이 냄새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가 독특했다. 맛은 아일랜드 비슷했다. 먹고 밖으로 나와 ABC 스토어에 들러 물을 한병 샀다. 하와이에 ABC 스토어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역시나 한블럭마다 하나씩 ABC 스토어 로고 찍힌 봉지 하나쯤 안들고 다니는 사람 없더라. 우리도 담날부터는 줄기차게 그 봉지를 들고 다녔지만 말이다.









9월 1일, 토요일. 2007년

하와이에서의 본격적인 첫날. 아침 일곱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8시쯤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오제는 보이지 않던 바다가 보인다.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비치다. 물빛이 참 맑은것이 옥색이다. ABC 스토어에서 아침도시락을 사들고 와이키키 비치 근처 벤치에서 풀어놓고 아침을 먹었다. 나는 원래 아침을 못먹어서 엄마와 진이만 먹었는데 맛이 괜찮단다.


아침을 사면서 택시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의 하얏트 리젠시 호텔앞에 가면 택시가 많다고 해서 아침을 먹고 그리로 가 택시를 타고 첫 코스인 다이아몬드 헤드로 향했다. 가는 중간 종종 비가 내렸는데 원래 하와이기 그렇게 비가 내리다가도 금방 멈추고 한단다. 그래도 비가 계속 내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금방 멈춘다.


다이아몬드 헤드에 도착해서 1불씩 입장료를 내고 하이킹을 시작했다. 하이킹은 96년 요세미티 이후로 두 번째다. 몸 움직이는걸 끔찍이 싫어하는 만성 운동부족인 내가 하이킹을 계획하게 된것은 정상에서 보는 하와이 전경이 무지 멋있다는 추천과 그래도 하와이에 왔으면 다이아몬드 헤드 정도는 올라가 줘야지 하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 선택을 무지 후회했다. 솔직히 왕복 한시간 정도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었는데 의외로 경사가 가팔랐다. 만만하게 봤다가 완전 피봤다. 엄마는 예전 학생시절에 통학하던 실력을 바탕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딱 올라가시는데 나와 진이는 그야말로 헐레벌떡, 이걸 포기도 못하고 올라가자니 죽겠고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날씨는 어찌나 더운지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머리끈을 왜 안가져 왔는지 정말 후회막급이었다. 정상에 가까워져서 엄청난 계단과 터널,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간신히 터널을 벗어나니 정상이 가까워졌는데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몸을 반이나 굽혀 낮은 천장을 건너 터널을 벗어나니 간신히 한사람씩 지날정도로 좁다란 길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 가면 멀리서 다리를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하는데 나는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도 그쯤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조촐해서 이렇게 힘들여 올라온 것이 억울하고 그곳에서 보는 하와이 전경은 카탈리나 섬에서 골프카트를 타고 돌아보던 전경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다시 하와이에 온다면 두 번 가고싶지는 않은 곳이다. 허탈해서 물만 들입다 마셨다. 물은 꼭 가지고 올라가야 한다. 안그럼 목말라 죽었을 거다. 참, 하나 느낀게 있는데 하이킹 하면서 정말로 운동하듯 짧은 바지에 운동화 신고 걷는 사람들은 거진 백인들이고 예쁘게 꾸미고 화장하고 걷는 사람들은 거의 동양인들이었다. 사실 우리도 나름 신경쓰긴 했지만 편한 신발, 편한 옷차림을 고수했었는데 그곳의 동양인, 특히 일본인들은 어딜가든 옷차림과 화장이 튀어서 눈에 띄었다. 심지어는 힐 신고 하이킹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대단했다.^^


내려올때는 한결 나았다. 간간히 비도 뿌려주어 훨씬 덜 더웠다. 차라리 올라갈 때도 종종 비가 뿌려 주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와서 Shaved Ice을 하나 사먹고 택시를 타고 점심을 먹기 위해 알라모아나 샤핑센터로 향했다. 택시는 밴이었는데 이 아저씨가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많이 돌았나보다. 택시비가 18불이 나왔다. 팁까지 20불을 주었는데 그 거리가 원래 그렇게 비용이 많이 나오는 거리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알라모아나 샤핑센터에 도착해서 푸드코트로 갔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넓은 곳이었다. LA의 어느 푸드코트로 그보다 넓진 않았다. LA에서부터 보던 식당들도 많이 있었고 로컬식당은 첨보는 이름들도 많았다. Yummy BBQ라는 한국식당에서 갈비와 비빔국수를 시켜먹었다. 갈비는 맛이 괜찮았고 비빔국수는 국수가 중면정도로 두껍고 참기름이 너무 많이 들어가 느끼했다. 비빔국수에 커다란 볶은 고기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서 좀 당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먹을만했고 무엇보다 엄마땜에 한식을 먹은 것인만큼 엄마가 좋아하셨다. 점심을 먹고 파인애플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나누어 먹으며 1층의 샤핑카트들을 잠깐 둘러보고 택시를 타고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12시 25분에 하얏트 리젠시 호텔 뒤편에서 Polynesian Cultural Center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기 때문에 택시기사님께 그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덕분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하얏트 리젠시 호텔을 처음 가봤는데 안쪽에 분수대도 있고 샤핑몰이 커다랗게 구성되어 있더라. 꽤 넓고 좋았다. 담번에 하와이에 오면 여기서 한번 묵어보자 다짐했다. 단, 능력이 될 때의 이야기지만...-_-;;;


PCC(민속촌)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한시간 15분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민속촌에서 일하는 하와이 대학의 학생이 가이드를 맡아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그사람 전공이 뭐라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잊어먹었다. PCC는 몰몬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PCC내에 몰몬템플을 투어하는 버스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고 그 안에서는 알콜음료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하와이 대학과 연계되어 있어 하와이 대학 학생들이 그곳에서 많이들 일을 하고 장학금 혜택등을 받는다고 한다.


PCC에 도착해서 티켓을 받았다. 우리가 신청한 패키지는 99불짜리 Ali'i Luau. 하와이식 디너가 포함되고 뒷자리에서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horizon show를 볼 수 있는 티켓이다. 가이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PCC의 햇볕이 너무 뜨거웠다. 티켓을 나누어주는 잠시 동안도 발이 따가워 견딜수 없을 정도였다. 티켓을 받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선블락을 덕지덕지 발랐다. 평생 바를 선블락을 하와이 와서 다 바르는것 같다고 엄마, 진이와 웃었다. PCC내로 들어간지 얼마 안되고 2시 반부터 카누쇼가 시작되었다. 햇볕을 피해 그늘에 앉았다가 도저히 쇼가 보이지 않아 햇볕속을 뚫고 젤 앞에 앉아서 카누쇼를 구경했다. 각 부족별로 벌이는 쇼가 꽤 볼만했다.








3시가 가까워지고 쇼가 거진 끝나가길래 카누투어 가는 곳으로 갔다. 3시부터 카누투어가 시작됐는데 일찍 줄을 선 덕에 첫 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어며 마을끝까지 향했다. 노를 젓는 사람은 참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을 끝까지 가서 카누에서 내려 근처의 스낵바 의자에 앉아 잠시 쉬었다. 주변 구경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날 정도로 더웠다. 비가 내렸음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잠시 앉아있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을들을 열심히 돌아보며 activity에 참여하기 보다는 그냥 마을들을 한바퀴씩 둘러보기만 했다. 우리끼리 맘대로 돌아다니니 편하고 좋아서 돈 더주고 가이드 투어 신청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마을을 거슬러 4시쯤 되었을때 아이맥스 영화관이 나타나길래 시간도 남았는데 아이맥스 영화나 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마침 5분정도 뒤에 영화가 시작되었다. 운이 좋았다. 덕분에 아름다운 바다생물들을 구경하긴 했는데 내 깜냥에는 영화가 너무 길더라. 거의 45분가량 했는데 난 솔직히 30분 넘어가니 너무 지루했는데 엄마는 바닷속이 그렇게 아름다운 거냐고 감탄에 감탄을 하신다. 우리엄마, 이번 여행내내 어찌나 감탄사를 연발하시던지 열심히 계획짠 보람이 있어 흐뭇했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 화장실을 갔다가 저녁을 먹기위한 장소로 갔다. 거진 천명이상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보였는데 그 입구에서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사진을 찍는다. 원래 그런사진 찾지 않는편인데 사진이 잘 나오고 추억이라고 엄마가 뽑고 싶어하셔서 거금 15불을 들여 사진을 찾았더니 결국 엄마가 들고다니다 잃어버렸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기억 못하시는데 아무래도 버스에다 놓고내린게 아닌가 싶다. 암튼 통돼지 굽는 쇼도 보여주고 저녁 먹는 내내 이런저런 쇼들을 보여 주었는데 나름 좋은 추억이긴 했지만 원래 복잡하게 밥 먹으면 체하는 체질이라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잘 모를 지경이었다. 음식도 너무 부실해서 정말 먹을게 없었다. 음식은 입에 안맞는데 분위기는 너무 어지럽고 해서 결국 디저트도 먹지 않고 나와버렸다. 사실 디저트 섹션을 한번 둘러보기는 했는데 진짜 먹을게 없더라구.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지. 아,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에게 인사는 했다. 조지아주에서 온사람, 같은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사람들 등등 다양하더라.







7시 반이 돼서 호라이즌 쇼가 시작되었다. 첨엔 좀 재밌다가 중간에 상당히 지루하다가 다들 클라이맥스라고 입을 모아 말했던 사모아 불쇼가 되자 다시 재밌어졌다. 쇼는 한시간 반쯤 이어졌는데 옷이며 구성이 다양하기는 했지만 비슷한 춤을 계속해서 보고있자니 솔직히 지루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좋아하는 사람들 많던데 나는 왜 그렇게 지루한지 좀 미안하긴 했다. 중간의 브레이크 타임에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이것저것 파는게 많아 겨우 한시간 반하는 쇼에 굳이 쉬는시간을 넣는 이유가 상술 때문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와이 여행하는 내내 느낀건데 참 상술들이 좋다. 여행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다시 와이키키로 돌아왔다. ABC 스토어에서 물과 담날 스노클링에 쓸 기구들을 사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종일 땀을 너무 흘려서 정말 끈적거려서 죽는줄 알았다. LA 날씨는 햇볕만 내리쬐지 습기가 없어서 그런 끈적거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마 저녁과 쇼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이유도 그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