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2008. 8. 17. 05:48

뉴욕여행은 2005년 8월 말과 래이버 데이 연휴에 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탈 LAX 발 JFK행 비행기는 9월 1일 목요일 밤 11시 55분 출발이었다.
뉴욕이 LA보다 세시간 빠르기 때문에 그때 출발해야 뉴욕에 금요일 아침에 도착하게 되는 거였다.
(이)지연이가 9시쯤에 공항에 데려다 준다고 해서 그 전에 이것저것 챙기고 짐 꾸리고 하느라
꽤나 바빴다. 6시 반쯤에 (김)지연이 우리집으로 먼저 왔는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공항에 데려다
주는 지연이는 미정이 친구인 이지연이고 여행에 함께 가는 지연이는 용진이 친구인 김지연이다.-_-;;;

시간에 민감한 이지연답게 9시쯤 내려오라고 전화가 왔고 약간의 헤매임 끝에 10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지연이가 공항 터미널 앞에 내려만 주고 갈 줄 알았는데 파킹랏에 차 세우고
짐도 내려주고(그걸 니가 왜 하냐구...-_-) 처음 끊어보는 e-ticket에 약간은 어리버리한 우리를
도와주고 게이트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봐줬다. 약도 줬다. 이쁜 상자에 담아서 용도까지 다
적어서... (나중에 그 약들 정말 요긴하게 써먹었다. 진짜 고맙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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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신발까지 벗는 검색 끝에 대기실로 들어갔더니 10시 20분 정도. 스타벅스에서 캐러멜
프랫푸치노 벤티를 하나 사서 셋이 나눠마시고 11시 20분쯤 탑승이 시작되었다. 뉴욕에 도착하는
금요일은 밤이 돼서나 잘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행기 안에서 자야만 한다는 굳은 마음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지만 결과적으로는 한숨도 못잤다. 어쩌면 그렇게도 잠이 안오냔 말이다.ㅠㅠ

JFK 공항에 도착해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오니 대략 8시 15분 정도, 인터넷에서 확인한 New York
Airport Service 시간이 그쯤 되는게 하나 있었는데 이미 떠났다 보다. 8시 45분 버스를 타고 공항을
벗어났다. 이제부터 3박 4일간의 좌충우돌 뉴욕여행이 시작된 거다. JFK에서 맨하탄으로 나오는
동안 약 30여분 정도를 아주 곤하게 잤다. 결과적으로 그 30분이 그날 잔 잠의 전부가 되었다.
내평생 1시간도 못잔건 처음이다. JFK에서 출발한 New York Airport Service는 일단 Grand
Central Terminal에서 모두 선다. 내린곳 바로 근처에 작은 버스들이 서있는데 additional charge
없이 그 버스를 타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였던 Penn Station으로 갔다. 우리가 내린곳은 Penn
Station 바로 앞의 7th Avenue와 34th Street, 우리가 묵을 Hostel은 8가와 30가라고 했다.
여행가방을 들고 끌고 일단 숙소로 Go!

우리가 예약한 Manhattan Inn Hostel로 가서 일단 체크인을 하고 비몽사몽한 정신을 추스린 다음
뉴욕탐험에 나서기로 했다. 아니, 그전에 일단 점심부터...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비행기에
서 준 샌드위치는 너무 맛이 없어서 먹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고 나는 전날 저녁도 부실하게 먹었던
터라 배가 고팠다. 어디로 가서 점심을 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여기저기 둘러볼 기운도 없어
서 눈에 보이는 TGI Friday로 들어갔다. LA에도 있는걸 굳이 가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긴
했지만 딴데 볼 정신이 그땐 없더라...-_-;;; 아, 역시 물가 비싸다는 뉴욕. LA보다 평균 몇불이상씩
은 비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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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일단 42가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거기가 중심가라고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가지
구...^^ 꽤 멀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며 걸어 올라가다보니 금방이었다.
42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5가까지 가기로 했는데 밤이 아니었음에도 여기저기 전광판이며
그 크기가 대단했다. 7가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LG와 삼성의 간판들도 큼직하니 눈에 딱
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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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enue는 길었다. Street을 최소한 두세블럭을 합쳐놔야 Avenue가 되지 않나 싶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의 홍수를 뚫고 LA에서는 다운타운에서 밖에 보기힘든 고층빌딩의 숲들을
가로질러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6가의 Bryant Park도 보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생각나더라.
되게 싫어하는데...^^) 5가에 면해있는 New York Public Library... 오오, 죽음이었다.
무슨 도서관이 박물관 같냐. 들어가는데 가방 검사도 하고 여기저기 방들도 많고, 왠지 주눅들어서
방문들을 못 열여보겠더라. 아 참, 요시다 아키미의 ‘바나나 피쉬’에서 주인공 애쉬가 여기서
죽었다. 온갖 어려운 난관 다 헤치고 이제 좀 살아보나 했더니 허무하게 미소를 띄우며 죽어간 곳이
바로 여기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심장병 걸린거 살려놨더니 교통사고로 죽어 버리더라는 충격과
아쉬움을 던져주고 떠나버린 애쉬. 그 애쉬가 생각나서 괜히 짠하더라...

5가에서 록펠러 센터를 보기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는데 몇가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타임 스퀘어에서 별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Missha 간판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이름이다 잠시 고개를 갸웃했는데 생각해보니 한국의 화장품 이름이었다. 아직 LA에선 못 본것
같은데 그게 뉴욕에 있다니... 놀래서 일단 들어가보자 하고 들어갔는데 진짜 made in Korea가
맞았다. 아니 이게 언제 뉴욕에 온걸까, 가격도 싼데 몇 개 사자 하구선 선물로 가져갈 팩 몇 개를
샀다.

팩을 사가지고 나오고 나니 그때부터 힘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 다리가 아파왔다.
정신없이 구경하느라 힘든것도 몰랐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걸은 거였다. 거의 다리를 직직 끌면서
간신히 록펠러 센터에 다다랐을 때에는 일단 어디 앉아야겠다는 열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게
록펠러 센터로구나 하는 감회도 별로 없었다. NBC Studio Store에 가서 물 한병을 사서 몇시간만에
의자에 앉고서야 간신히 살겠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LA에서 어디 걸어다닐 일이
있었어야지. 그래도 용하게 잘 걸어다닌다 했더니 역시나 그러면 그렇지...-_-;;;

한참을 쉬고 앉았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록펠러 센터 빌딩군을 둘러보고 지하에도 내려가보고
하다가 바로 길 건너에 있는 St. Patrick's Cathedral로 갔다. 정말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밖에서 보는 건축물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었지만 내부가 정말 아름다웠다. 조각 하나하나,
모자이크 하나하나에 세월의 노력과 아름다움이 베어져 나왔다. 벽을 온통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내가 어설퍼도 명색이 카톨릭 신자라 그런
지 마음이 아주 푸근해졌다. 성당 바깥으로 나오는데 몇 년만에 저절로 성호경이 다 그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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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계속 걸었다. 위로, 위로... 힘들어지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간신히 걸어 걸어 MOMA에
도착했는데(Meseum of Modern Art) 글쎄 옮겼댄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지도에는 6가하고 53가인
가 분명히 그랬는데 가보니 11가하구 54가로 옮겨갔댄다. 오, 지저스... 그래도 여기서 멈출순 없다,
결연히 다짐하고 어떻게 Central Park 입구까지만이라도 가보려고 했는데 결국 56가에서 give up!
도저히 더 이상은 못가겠더라. 옛 MOMA 자리 앞에 있는 노점에서 물 한병을 사고 배가 고파서
Spicy Chicken on Pita Bread를 사먹었다. 피타 브레드와 엄청난 양의 치킨, 야채, 토마토가 모두
합쳐서 4불밖에 안했다. 길거리 계단에 앉아서 숨을 헐떡거리며 군것질을 하는맛이 정말 꿀맛이었
다. 미국와선 해본적 없으니까...^^ 다행히 해도 지기 시작해서 덥지도 않았고... 다 먹고서 천천히
다시 42가로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타임 스퀘어 쪽에서 AppleBee를 봤는데 저녁으로 그걸 먹기로
했었거든. (용진이와 지연이는 저녁 맛있게 먹겠다고 군것질 안했다.) 속도가 많이 떨어져서 한 30
분쯤 걸렸나보다. 간신히 너무 힘들게 걸어서 AppleBee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너무 힘들어서 음료
수 생각도 안나고 해서 물만 시키고 메인음식도 두 개밖에 안 시켰거든. (나는 치킨을 먹은지 얼마
안되서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웨이트리스가 오더니 한사람앞에 하나씩 오더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당황하면서 Manager's Policy 라나? 짐작컨대 아마 팁 때문
에 그런것 같다. 동양인 관광객들은 팁에 박하다고 생각할 테고 음료수도 안 시켰는데 메인오더도
세명이서 두 개만? 당연히 팁이 안나올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지식검색 같은데 보니까 팁을 안줘도
된다고 쓰는 분들도 있던데 그런 행동은 나중에 오는 동양인들까지 싸잡아서 환영 못받게 하는
행동이란걸 알아야 한다. 동양인이니까 팁 안줘도 이해한다고? 동양인 서브하면 시간당 페이를 더
받는것도 아니고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은 거의 미니멈 페이받고 일한다. 팁이 주 수입원이다.
솔직히 손님이 팁으로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성껏 서비스 하는 거다. 그런데 일 할만큼 하고 팁도
안나온다면 나 같아도 다음에 오는 사람들은 색안경 쓰고 봐지겠다. 어쨌거나 기분은 너무 더러웠
다. 그거 먹겠다고 힘들게 걸어서 갔는데 사람을 대체 뭘로 보고... 칵테일만 하나 더 추가했는데 그
러고 나니까 웨이트리스가 미안했던지 서비스는 눈에 띄기 좋아졌더만 이미 망친 기분을 되돌릴 수
는 없었다. 어쨌거나 그 웨이트리스는 우리한텐 실수한 거다. 나도 웨이트리스를 해봤기 때문에 그
고충을 잘 알아 나는 보통 팁을 20%, 서비스 좋으면 30%도 준다. 그런데 그 꼴 당하고 나니 오냐,
너는 10%다 하고 이를 벅벅 갈았다. 서버가 팁을 잘 받기 위해 정성껏 서비스 한다면 손님의 무기도
역시 팁이다. 그렇게 대놓고 기분 나쁘게 해놓고 좋은팁을 기대 한다면 너 왜 거기서 일하니?
그냥 빈 집 털지... 10%라고 이를 북북 갈긴 했는데 그후로 눈에 띄게 미안해 하고 잘 해 주는거
보고 기분은 여전히 나쁘지만 맘은 좀 약해져서 딱 15% 채워주고 나왔다. 원래 거기 죽치고 앉아서
지도도 좀 보고 할려구 했는데 더 있고싶은 맘이 없어서 일단 나와 스타벅스로 갔다.
도대체가 맨하탄엔 스타벅스가 블럭 블럭 없는곳이 없더라구.

다음 스케쥴이 뮤지컬이었는데 (Phantom of Opera) 공연이 8시였다. 우리가 밥을 먹고 나니 6시
정도...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캐러멜 프랫푸치노(또...-_-) 먹으면서 내일 스케쥴도 얘기하고 했더
니 시간은 금방 가더군.

뮤지컬은... 굉장했다. 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몇 년전에 LA에서 이 뮤지컬
을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못본것이 늘 아쉬웠었다. 이번엔 꼭 봐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었는데 정말 몇 번 을 더 보래도 볼 수 있을것 같다. 좋은 작품은 볼때마다 늘 새롭고 전에 볼땐 안보이던
것들이 자꾸 보이는 법이니까. 굉장한 성량의 목소리와 화려한 무대장치. 의상들도 너무 예뻤고 온
무대를 전부 사용하는 스케일이 압도적이었다. 대형 뮤지컬은 2층 발코니에서 봐야 한다길래 2층걸
끊어놓고 어차피 1등석인데, 가격은 같은데 가까이서 봐야 하는거 아닐까 은근히 후회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2층에서 보기를 잘했다. 무대를 전부 볼 수 있어서 놓치는 것이 적었다. 솔직히 너무
피곤했던 터라 처음에는 좀 졸기도 했었는데 한번 탄력이 붙으니까 보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하
더라. 개인적으로는 팬텀이 크리스틴을 납치해서 다리를 건너고 배를 타고 가던 장면이 좋았다.
팬텀, 당신 목소리 너무 좋은거 아냐?

뮤지컬을 보고나니 10시 반. 사람이 적으면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뜻밖에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새록새록 새롭더군. 그 시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힘들긴 했지만 밤거리 구경도 할겸 숙소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힘든김에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_-;;; 뭐 결과적으로 죽지는 않았다. 살아 남았다.^^
덕분에 첨엔 좀 뒤척였지만 잠은 비교적 잘 잤다. 무엇보다 뉴욕시간으로는 12시래도 LA시간은
9시니 평소같으면 그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전날 30분만에 못자고 그토록 걸어
다녔으니 오죽 피곤 하겠냐구. 좀 뒤척뒤척 하다가, 잠이 쉽게 오지는 않았는데 한번 잠드니 꿈도
안꿨다. 집에서 가져간 담요와 애기베게랑 쿠션 덕분이기도 할 거다.
고맙다 얘들아. 뉴욕까지 동행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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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고나니 10시 반. 사람이 적으면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뜻밖에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새록새록 새롭더군. 그 시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힘들긴 했지만 밤거리 구경도 할겸 숙소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힘든김에 끝까지 가보자는 거지...-_-;;; 뭐 결과적으로 죽지는 않았다. 살아 남았다.^^
덕분에 첨엔 좀 뒤척였지만 잠은 비교적 잘 잤다. 무엇보다 뉴욕시간으로는 12시래도 LA시간은
9시니 평소같으면 그 시간에 잠을 잘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전날 30분만에 못자고 그토록 걸어
다녔으니 오죽 피곤 하겠냐구. 좀 뒤척뒤척 하다가, 잠이 쉽게 오지는 않았는데 한번 잠드니 꿈도
안꿨다. 집에서 가져간 담요와 애기베게랑 쿠션 덕분이기도 할 거다.
고맙다 얘들아. 뉴욕까지 동행해 줘서....^^

Posted by haley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