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2008. 12. 26. 14:16


7,8편을 오늘 한꺼번에 봤어요.
한숨 팍팍 나오더이다.
마지막편 중반 이후부터는 어이구, 어이구 하는 소리가 절로 입에서 나오던데요.
5,6편은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막판가니 답답해서 말 그대로 환장하겠더이다.

개인적으로 그 시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게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읽으면서부터이니
얼추 10년이 넘었네요. 이인화 작가의 이후 행보는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긴 하지만
영원한 제국은 '장미의 전쟁'의 플롯을 많이 차용했다곤 하더라도 꽤나 재미있었어요.
사실 그걸 안것도 나중 일이구요.
그후, '누가 왕을 죽였는가', '사도세자의 고백', '영조와 정조의 나라'등을 읽으며 나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정약용이나 당시 실학 관련 책을 읽으면 빠짐없이 언급되는 것이
그 시대의 정치상황이니만치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훑어볼 정도로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예정된 비극을 향해 달려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답답하고 또 답답하더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주인공들 보다는 대신들과 대비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더 컸어요.
채승환은 채제공인것 같고 전 그 이판대감은 혹시 이가환이 아닌가 했었어요.
근데 그리...::: 붕당과 철새 정치인들의 모습,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한것없이 죽어가는 사람들. 도대체 몇명의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그리 죽어갔을까요.
그 넓은 대궐에 푸른솔은 단 한사람뿐이었더란 말입니까.
그러나 그는 또 어찌 변해갈까요.

그 기생이 마지막에 그러지요. 자신의 아이, 혹은 그 아이의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그런 세상을 과연 지금의 우리들이라도 누리고 있는 것일까요.
참으로 무력하고 무력했던 박상규. 그러나 사실 그 사람의 모습이 대다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과연 얼마나 많은 우리들이 바라는 만큼 한발짝 걸음이라도 떼고 있을까요.
지금 그나마 무언가를 바라기라도 하지만 내가 변해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까요.
10년, 20년뒤의 내가 그토록 환멸해마지 않던 그 무리들의 한사람이 되어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단체에 매몰되지도 않을것이나 단체를 막무가내로 경멸하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소수의 취향을 가졌다해서 그 마이너 기질이 마치 어떤 특권인양 으시대는 것 역시
허세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솔직히 어떤때는 나도 모르게 겸손한척 잘난척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소름이 끼칩니다.
그래도 스스로 깨닫기라도 하니 아직은 순수한 겁니다.
그걸 깨닫지도 못하는 날이 오면 그날이 바로 내가 나를 잃게 되는 날이겠지요.

그들은 한게 아무것도 없지요.
그러나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들은 권세를 누릴 것입니다.
지금도 그러할까요. 그러나 그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알지 못합니다.
그게 답답하고 분하지만 세상이 그렇더이다.
허 참, 헛웃음 한번 치고, 어이구, 한숨 한번 쉽니다.
그래도 세상은 안변합니다. 참 씁쓸하지요.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나라는 인간 하나는 어찌 그리도 무력하고 하잘것 없는지 기가 찰 지경입니다.


덧, 약간 뜬금없지만...
이덕일 선생님의 저작들에 매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 글들 매우 재미있어요.
하지만 요즘은 당분간 자제를 부탁드리는 마음입니다.
그 왕성한 집필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지만 솔직히 최근의 저작들은
너무 옛것을 우려먹는 느낌이 강해요.
작가 특유의 시원스런 느낌이 사라지고 여기서 보던 내용, 저기서 보던 내용들이
뒤섞여 이제 더이상 그 분 책을 사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역사스페셜에 조언을 많이 주셨다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내용들을
책으로 내시는 것을 선호하시는 경향이 있는데 TV로 한번 보고 지나갈 내용들을
글로 다뤄주심은 감사할 일이지만 너무 비슷한 내용들로 책장을 채우는건 좀 그래요.
그래도 여전히 그 분 책이 나오면 살까말까 한번쯤은 망설이게 되니 참 대단하세요.
그 대단함을 조금 더 갈고 닦았으면 하는 바램이 그리 건방진 것은 아니지요?

Posted by haley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