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타 미나코의 작품을 생각해보면 언제나 정돈된 듯한 깔끔한 모습에 동작은 크지 않지만
여유로운 몸놀림으로 맑은 두눈을 가만히 들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건 나리타 미나코에 대한 나의 이미지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이기도 하다.
그의 주인공들은 눈물 찔찔짜며 뒷걸음질치는 모습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과격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내달리는 모습은 없지만 정돈된 머리로 열심히 생각하며 해답을
얻어나가며 성장해 나가는 그런 모습들인 것이다. 또한 현실을 도피하려 눈을 감고 있는
모습도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도도하게 치켜뜬 눈도 아닌 그저 조용히 맑은 눈으로 담담하게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놓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그럼으로써 주인공들을
성장시켜 나가는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주인공들은 성장만화에 무척 잘어울리는 캐릭터이다. 시대를 고민하지도 않고
우주를 오가지도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때로 우울하지만 그러나
음울하지 않게... <사이퍼>에서도 <알렉산드 라이트>에서도 그리고 <내추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그 느낌... 성장만화로써 그보다 더 좋은 이미지가 또 있을까. 어쩌면 그리도 현명할
수 있을까. 나이도 꽤 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아직도 그런 감각이 유지될수 있는 것일까.
그러니 그리도 고마울 수밖에... 한국의 중견작가들 중에 나를 안타깝게 하는 작가님들이 몇분
계시다. 그런데 나리타 미나코에게서는 적어도 지금 이시점에서는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고맙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가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느낄수 없는 감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란다.
-이 글은 2001년 8월 12일에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