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님의 작품을 대체적으로 다 좋아하는 해일리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작품중의 하나가 바로 이 <불의 강>이다.
중2땐가 지나간 르네상스를 보다가 발견하게 된 이 작품으로 인해 비로소
김진님 추종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무엇보다 분위기 자체가 그 당시의
다른 작품들과는 많이 틀렸던 걸로 기억한다.
김진님의 많은 작품들이 단행본으로 재간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아직
재간되지 않고있는 작품이어서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불의 강>을 보던때의 이미지나 음울하고 뭔가 답답했던 느낌만은
아직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요시로우.
알고 봤더니 아버지까지 한국사람이었던 그. 첨엔 아마도 생긴게 주인공틱해서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내게 요시로우의 이미지 컷은 현재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병석에 누워있던 그에게 전화를 걸던
모습으로 남아있다. 뭐라 그랬더라. 대사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 눈물을 흘리면서
아버지를 부르던 요시로우... 그때 참 가슴이 아팠었다.
어머니가 프랑인이던가 하던 미즈하라. 긴머리 휘날리며 노래 부르던 유쾌했던 소년.
그러나 그 헤져버린 속이 짐작이 가 더 애처롭던 그아이... 걔가 뭘 어떻게 했던가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이미지만이 남아있다.
그리고 이어지던 세상 다 산 듯했던 표정...
여주인공 이름이 뭐더라? 유경이? 유나? 유미? 왜 기억이 나질 않는지 모르겠다.
일본인과 재혼한 엄마를 따라 일본에 갔던 그녀... 당시엔 일본을 배경으로 했던
만화들이 흔하지 않았던 터라 아마도 더 자극적으로 맘에 와 닿았었는지도 모르겠다.
첫회엔가 일본으로 출발할 때 얘 진짜 일본가? 가다가 말던거 아니었어? 그랬었으니까...^^
계속 심장을 뒤집어놨었던 내용전개에 비해 끝이 참 허술했었다.
허무한 정도가 아니라 흐지부지 결론이 나질 않았었으니까.
그래서 더 안타까웠었는데 어느 인터뷰에선가 김진님이 시민단체의 압력이던가
그래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래서 미흡한 마음에 재간이
나오지 않고 있는건가. 아마도 지금 나왔어도 간단히 읽어넘길수 있는 사건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시절엔 더 했을테지. 하지만 난 그때 그 내용들을
접하며 뭐랄까 살떨리는 충동을 느꼈다. 막 소리지르고 싶은데 걔네들이 대신
소리질러 주는 기분. 이유모를 흥분과 관조, 허무함...
암튼 빨리 재간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흐지부지한 기억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리뷰를 쓸수 있도록... 그리고 그때는 제대로 매듭이 지어져서 나왔으면...
벌써 10년 세월이 지났고 사회적 여건도 많이 달라졌으니까.
하긴 김진님 매듭지어야 할 작품이 어디 한두개여야 말이지...
이 글은 8/09/2001 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