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그런가 싶은 발랄,성실,건전 청소년 스토리인가 싶더니
어느날 갑자기 쌍둥이의 애닲은 사랑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아, 성실한 제목에 걸맞지 않는 그 파격성이여...-_-;;;
일단 처음엔 카나와 츠카모토의 수줍은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길래 당연히
얘네가 주인공인 줄로만 알았다. 그림도 아직 틀이 잡히기 전이라 어딘지 엉성.
그때까지는 평범했다. 그러다가 권수가 흐를수록 예전에 <에덴으로 오라>에서
느껴졌던 흡입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일단 스토리도 스토리려니와 사에와
소우타의 심리가 섬세하게 펼쳐지고 그들의 개인적인 생각들과 표정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더니 그 다음부터는 눈을 뗄수가 없었다.
작년엔가 읽었는데 그당시 오랜만에 가슴 두근거려하며 읽은 작품이었다.
사실 해일리의 취향이라는 것이 상당히 독특... 내지는 엽기적이어서 야오이에
열광하는 것은 물론 근친상간(아, 이 호러적인 단어여...-_-)이라는 주제도 상당히
즐기는 편인데(천사금렵구도 첨엔 그래서 봤다지...) <오늘도 파워업>이 이런
방향으로 흐를줄은 정말 몰랐다는... 첨에 그런 기미가 보일때는 사춘기적 감성으로
어릴때부터 함께 있었던 존재들에 대한 애착 내지는 집착의 표현일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결국은 서로 제 자리를 찾을 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것이 점점 강도를
더해가더니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더라는...
우와, 정말로 일본적인 감성인가 부다 하고 벽을 쳤다는... 왜 벽을 쳤나구?
예상이 빗나간 것이 통쾌해서 그렇다고나...^^ 어쨌건간에 한국에서 이런 작품이
출간될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옛날 해적판 시대였다면 둘 중의 하나는 주어온
자식이었다라는 식의 억지 설정을 끼워넣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내 취향이 희한(?)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거나 지나친
억지설정에 치중한다거나 하는 것에는 절대 손대지 않는다.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붙어먹는다는(-_-) 식의 스토리에는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쌍둥이들의 이야기에는 그런 끈적함이 없다. 어릴 때부터 느껴오던 그들의
미묘한 감정이 일상적으로 그러나 섬세히 포착되어 있다. 그들의 움직임, 표정, 손짓
하나하나가 치밀한 계산처럼 맞물려서 그들의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나는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었으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오늘도 파워업>을 꽤 재밌게 읽을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에덴으로 오라>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읽는 재미가 솔솔하던
<오늘도 파워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8/22/01 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