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여년을 이어져 내려온 전통의 명문 과자점 후쿠야당.
그 17대 당주의 세딸들인 히나, 아라레, 하나.
생긴 것조차도 전혀 제각각인 그녀들의 공통점.
지엄마 닮아서 하나같이 고집들은 지독하게 세다.-_-;;;
사실 선뜻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다. 나중에 가면서는 콩깍지가 씌여 버렸지만
처음 대한 그림은 밸런스가 맞기 않아 어색했고(턱이 거의 없이 입술만 있는
얼굴형이라니...T-T) 뒷표지에 잠깐 맛보여진 줄거리 역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기는커녕 이거 재미 없을거야 하고 단정지어 버리게 만들고 말았다.
그러므로 <후쿠야당 딸들>을 보게된건 순전히 볼게 없어서였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이다.--
푸하하하~~~ 그런 오산이 있었다니. 이런 오산은 천번을 해도 기분 좋을 것이었다.
집에서 후쿠야당을 읽으면서 뜻밖의 행운에 몸을 떨어야 했으니까.
동생이랑 둘이서 이렇게 재밌을줄 몰랐어를 연발했으니...
장녀인 히나. 결혼 빼고는 한번도 엄마의 명을 어겨본 적이 없었던 모범생.
그러나 사실은 가장 고집센 맏딸. 그동안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스스로 원하는 것이 생기자 망설임없이 결혼을 택한 여자.
첨에는 전형적이고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이 아닐까 했는데 웬걸,
후쿠야당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 히나가 되어 버렸다.
유치 야요미님. 장녀이시옵니까? 어찌 그리도 장녀의 생리를 잘 아시옵니까?
읽으면서 내내 맞아, 이랬어를 연발했답니다. 저 장녀이옵니다.-_-
가장 주인공적인 성격을 지닌 아라레. 그러기에 내겐 별로 사랑받지 못했다.
어쨌건 그 저돌성만은 높이 사주지. 막내 하나양. 어찌 그리 일편단심인가.
첫사랑을 마지막까지 이어 가다니. 가히 기적일세. 난 미후가 더 좋더만...
히노야마상, 바람은 싫어요. 그것땜에 점수 많이 깎였다고 불평하지 말아요.
뭐 그래도 그 심술궂음은 높이 사주죠. 히나와의 한판 승부는 언제나 유쾌했답니다.
첫만남부터가 그랬다니 말이야.^^ 켄지... 에~~~ 평범해. 그래도 뚝심은 있으니 뭐.
자매들간의 상관관계 같은 것은 사실 공감 가는 것이 있었다.
사실 난 어릴 때 그런것들을 일일이 계산할 정도로 영악하지는 못했었다.
따라서 부모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당연한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지만(그냥
사랑받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가장 일차적으로 형성되는 그 관계에서
작은 사회를 배워 나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단순히 싫어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베풀고 받는 것이 아닌 자연스레 파생되며 배워나가는 인간관계.
외동이 이기적인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그 일차적인 관계들을
배워 나가지 못했으니까. 지지리 싸우고 툴툴 거리면서도 내가 나와 평생을
함께 할거리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현재는 내 주변에 내 동생들밖에 없다.
그들도 그럴진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우리중에 누구도 서로를 다른 개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사람이 뭔일 당하면 온집안이 들고 일어나지.
예전에 누가 그랬었다. 이집안은 건드리면 안 되겠다고.
하나 건드리니 다섯(엄마, 아빠까지...^^)이 딸려 온다나?
암튼 그에 못지 않은 후쿠요시 가의 세 따님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생생함이 매력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서 지들 어릴적 생각
못하고 자식들을 다루던 그 모습에서 역사는 이어진다(?)라는 것을 느꼈다고나...^^
일본의 장인정신. 그것은 무서운 것이다. 전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 집요한 이어짐에 대한 집착이라니. 그 당사자의 행동의 자유는 물론이고 결국은
정신까지도 구속하는 전통에 대한 집착. 지금의 우리에겐 찾아볼수 없는 것이겠지.
그래서 더욱 생경하면서 일말은 부러웠다. 그러나 사실 그보다 더 무서웠다.
내가 그런 처지라면 난 얌전히 가업을 이을수 있을까.
아니,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되었으니 당연한 것이 될까.
암튼 그 끈질김이 그들 역사의 한부분을 훌륭히 설명해주는 구실이 되는 것 같다.
일본의 고도인 교토. 우리에겐 경주와 같은 곳일 것이다. 그나마 경주가 오래전의
수도이며 또한 많은 수도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향수나 집착이 약하다면 교토는
메이지 유신 전까지 오랜 세월을 일본의 수도였던 곳이다. 그러니 아무리 그 전부터
중요한 곳이었다 해도 불과 100여년 수도역사를 자랑하는 도쿄보다 쿄토인들이
더 배타적이고 그만큼 자부심이 강할 거라는 것은 짐작은 간다. 교토에 가게 될 일이
생기게 되면 복잡하게 머리 굴리느라 제대로 구경도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이 '혼네'일까 '다테마에' 일까를 헷갈려 하느라 말이다.
이 글은 8/15/2001 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