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방랑자2008. 8. 17. 06:11

9월 2일 일요일, 2007

스노클링과 알리카이 디너 크루즈를 하는 날이다. 9시에 호텔앞으로 하나우마 베이로 데려다줄 버스가 도착하기로 했다. 엄마와 진이는 일찌감치 일어나 맥도날드로 아침을 하러 나가고 아침을 못먹는 나는 조금 더 뒹굴거리다 뒤늦게 나갔다. ABC 스토어에서 물 한병과 점심 도시락을 사가지고 호텔앞으로 갔다. 9시가 넘도록 버스가 오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전화했더니 15분쯤 늦는다고 한다. 10시 좀 넘어서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했다. 위에서 본 하나우마 베이가 어찌나 예쁜지 감탄을 금할수 없었다. 사진으로 보던거랑 너무 똑같아서 조금 신기했다. 사진을 찍으려 보니 어제 디키를 충전해놓고 배터리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덕에 아침에 산 수중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물을 한병 사들고 매표소로 갔다. 원랜 살 생각이 없었는데 그곳에서 장사하는 여자가 서툰 한국말로 “아래 물 없어요.”그러는 바람에 1.5리터 정도되는 얼린물을 4불에 샀다. 원래 예약한 인터넷 사이트에 물 한병씩 준다고 써있었던 바람에 아침에 도시락 사면서 물을 한병밖에 안샀던 건데 오리발은 빌려주면서 물은 안주더라구. 별 수 있나. 사야지. 그래도 얼린물인 덕분에 시원한 물을 마실수 있어서 좋았다.



                                                                    이 사진은 구글에서 다운받은 사진입니다.


5불씩 주고 티켓을 샀더니 가이드 영화 보는 시간이 10시 반으로 찍혀 있었다. 그 영화를 보지 않으면 입장을 할 수 없이 때문에 별수없이 또 15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10분가량 되는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고 사인업을 하면 다음에 올때 우리 이름이 데이터 베이스화 되어 있어서 영화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사인을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냥 나왔다. 다음에 또 올 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고 또 온다면 한번 더 보지 뭐, 나름 재밌더라 그러면서.


아래 베이까지 운행하는 트롤리가 있었는데 그냥 걸어 내려왔다. 내려오는 경사가 꽤 세더라. 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깔고 아침을 안먹어 약간 출출했던 나는 롤을 좀 집어먹고 선블락을 마구마구 바르고 수영복만 입으면 피부가 장난아니게 벗겨진다고 해서 기껏 예쁜 수영복 입어놓구선 흰 티셔츠 뒤집어쓰고 바다로 향했다. 오리발을 신었는데 우와, 세상에 마구마구 뒤뚱거리느라 걸을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쿠아슈즈를 살 필요까진 없을거 같다. 비싸기도 하려니와 오리발 신고 걸을일이 굳이 많진 않다. 물에 앉아서 오리발 신은 다음에 그냥 물에 떠가면 되는거니까. 굳이 걸을려면 뒤로 걸으면 된다. 그럼 아무 문제없이 걸어지더라. 전날 사놓은 스노클링 장비가 말썽을 부렸다. 어쩐지 너무 싸다 싶더니(6불) 조금 헤엄치니 호홉기가 떨어져 나가고 물 들어가고 암튼 장난감 수준이었다. 할 수 없이 호홉기 떼내고 거의 물안경 수준으로만 쓰며 물놀이하고 놀았다. 나는 워낙 물을 좋아하고 겁이 없는편인터라 수영을 못하더라도 재밌게 놀 수 있었는데 엄마는 허리, 진이는 무릎정도 수준의 물깊이에서 첨벙거리기만 할 뿐 도저히 안쪽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여기까지 와서 그러고만 놀수는 없다 싶어 진이는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 엄마는 물안경이면 된다고 해서 구명조끼만 빌렸다. 그렇게 해서 락커까지 빌리는데 모두 23불. 괜히 아는게 병이 돼서 애초에 버스에서 빌려주는 스노클링 기구를 사용할걸, 여기저기서 찝찝하니 하나 사라 하는 글들을 많이 읽는바람에 돈이 이중으로 들었다. 장비 빌리는데 페이는 캐쉬로만 되고 크레딧 카드를 맡겨놓고 디파짓 해야 한다. 카드든 캐쉬든 둘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빌릴수가 없으니 모두 챙겨가야 한다. 도난이 걱정된다면 중요한 물건은 락커에 보관해 놓으면 된다. 하나우마 베이는 도난사고가 거의 없는 곳이라고는 한다.


암튼 그러고서 한시간동안 완전무장을 하고 정말 재밌게 놀았다. 예쁜 물고기들도 구경했고 나는 물에 뜨는법을 배웠다. 원래 수영을 못하는데 작년에 허리케인 하버 놀러가서 물에 뜨는법과 어떻게든 앞으로 헤엄쳐 나가는 폼은 간신히 배웠었다. 그래도 발이 안닿는 곳은 못들어 갔는데 이번에는 헤엄치다가 숨 막히면 배영포즈로 물에 떠있다가 다시 헤엄치고 하는 식으로 발이 안닿고도 물에 떠있는 법을 익혔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두시에 버스가 픽업을 오기로 되있어서 1시경에 물에서 나왔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 몸을 말리고 짐을 챙겼다. 올라올때는 트롤리로 올라왔다. 1불씩인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경사가 꽤 되는 오르막길을 도저히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하나우마 베이에는 식당은 없고 핫도그며 음료수 파는 곳이 작게 있다. 그쪽에서 아침에 사간 도시락을 먹었다. 라자냐, 스팸 주먹밥, 삶은 계란 등등, 간단한 음식이지만 수영하고서 배가 출출할때 먹으니 정말 맛있더라.


호텔로 돌아오니 3시쯤 되었다. 디너크루즈 버스는 4시 40분에 픽업을 오기로 되어있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조금 쉬었다. 엄마와 진이는 한숨 낮잠을 잤다. 진이는 나가기 싫다고 징징거렸다. 지가 크루즈래봤자 그냥 배타는 거지 하면서. 하긴 샌프란시스코, 레잌 타호, 뉴욕등에서 크루즈를 하기는 했었는데 다 비슷비슷해서 나도 그닥 기억에 남진 않았었다. 그래서 별로 기대없이 그냥 예약해놓은 거니까 어쩔수 없다는 심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디너크루즈 픽업은 옆호텔인 퍼시픽 비치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크루즈 장소까지 가는 30여분동안 우리 가이드라는 자칭 프리티 보이(^^)가 이것저것 너스레를 떨며 일행을 웃겼다. 그 사람이 이번 크루즈 동안 우리 가이드이자 서버이기도 하다고 한다.




음식맛은 썩 좋은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오히려 어제보다는 나았다. 역시 엄청난 사람들 틈에서 저녁을 먹고 디저트까지 먹는동안 배가 움직이질 않는다. 진이는 크루즈라는게 그냥 배 세워놓고 저녁먹는 거냐고 또 징징거린다. 나도 아는게 별로 없어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데 배가 출발한다. 저녁식사 테이블이 치워지더니 그 자리에서 하와이 전통춤등을 추며 공연을 한다. 그제서야 난 안심이 되고 진이는 디카를 들고 이것저것 찍어대기 시작한다. 춤은 하와이 와서 내내 많이 봤지만 그 중 한 프로그램의 무용수 옷이 엄청 야했다. 몸매도 무지 좋아서 괜히 그앞에 가서 얼쩡거리게 됐다. 내가 여자지만 솔직히 감탄스럽긴 하더라.^^ 크루즈의 백미라는 선셋은 솔직히 그냥 그랬다.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드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게 될리도 없고 저 멀리 붉은 노을이 보이고 사진 몇방 찍은걸로 끝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유람선의 손님들까지 합세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넉살이 좋다면 그 무리에 끼어 같이 춤을 춰도 좋을것 같았다. 우린 그런 넉살이 없어서 재밌게 구경만 했다. 크루즈의 직원들은 정말 재밌게 일을 했다. 서빙을 하며 춤을 추며 나중에 손님들의 댄스도 이끌며 그들은 매일 같은일을 하는 것일텐데도 정말 보기에도 너무 재밌어 보일 정도로 어깨가 들썩여지게 자신들의 일을 즐겼다. 하와이 와서 느꼈던 건데 일하는 사람들이 정말 여유롭게 재밌게 일을 한다. 급하거나 하는게 없다. 관광지에 사는 그들의 천성인건지 비교적 한가한 동네에 살기 때문인건지 LA에서 항상 느끼던 조급함이 없다. 그들의 여유에 묻어 나까지 같이 한가해지는 것 같았다. 암튼 하와이에서 살려면 전통춤 한두개쯤은 필히 익혀야 할 것 같다. 어쩜 그렇게 신명나게 춤들을 추는지 하와이 원주민들은 남자들은 비교적 말랐는데 여자들은 또 약간 통통하다. 그렇게 춤을 춰대고도 살이 안빠지는게 신기하기도 했는데 체질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여유로워서 그렇기도 할 것이다.





8시쯤 되어 배는 다시 항구로 돌아왔다. 정말 배가 서는 그 순간까지, 배가 정박하고도 춤을 추더라. 우리 안보내 줄거야?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하지만 그럴리는 없겠지.^^ 버스 넘버대로 아까 춤추던 무용수들이 나란히 늘어서서 환송해주는 가운데 밖으로 나왔다. 버스안에서 유람선에 오르기 전에 찍었던 사진을 20불에 팔길래 안살려고 하다가 사진도 잘 나왔고 엄마가 기념이라고 사자고 하셔서 사진을 샀다. LA에서는 절대로 안할짓을 두 번이나 했는데 그나마 PCC에서 산 사진은 잃어버렸지만 이 사진은 열심히 간직해서 지금 우리집 피아노위에 올려져있다.


아 참, 아주 기분나쁜 일이 있었다. 다음의 하와이 관련 카페에서 씨워크 패키지라는 해양스포츠 패키지를 구입했는데 그 일정이 다음날, 9월 3일 월요일이었다. 이날은 미국 국경일인 Labor Day이다. 한달전 정도에 씨워크 패키지를 구입하면서 분명 혹시 이날 해양스포츠가 클로즈 하느냐고 물었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오늘 그 티켓을 가져다 주기로 해서 스노클링 끝나고 오는길에 전화했더니 티켓 가져다 준다더니 다시 전화와서 내일 클로즈란다. 자기도 몰랐단다. 그게 예약대행사 운영하는 사람 입에서 나올말인가? 해양스포츠는 우리가 하와이 여행중에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이다. 그걸 한칼에 망쳐놓고 너무 무책임 한것이 화가 났다. 나중에 디너크루즈에서 다운되었던 기분을 많이 추스릴수 있었지만 두고두고 찝찝한 일이다.

Posted by haleye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