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겠지만 김진님 작품입니다. 아마 80년대 후반에 나왔을 겁니다.
제가 1815... 를 읽은것은 중3때입니다. 92년 정도였죠. (나이 뽀록난다...-_-)
저는 중2 무렵 대작이라 불리는 것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행운을 누릴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보물섬이며 소년중앙등은 대놓고 읽었지만 소위 '만화방'을
다니기 시작한게 그때부터란 얘기죠.
그해 봄부터 겨울 무렵까지 저는 자그마치 북해의 별, 비천무, 별빛속에,
17세의 나레이션, 현재진행형, 이카드입니까...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올훼스의 창 황미나님 작품들
(주로 불새의 늪, 아뉴스 데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우리는 길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미라님 작품들(말 그대로 한시대만...-_-), 만화방에 쌓여있던
지나간 르네상스의 라비헴 폴리스, 1999년생, 아라크노아, 테르미도르 등등...
그 당시 그 정체를 몰랐던 김영숙의 갈채시리즈, 도시의 라이온 시리즈, 안개속의 불빛 등등...
세상에... 그야말로 황금기였군요.
더욱 행운이었던 것은 그것들을 완결난채로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아르미안은 당시 구판으로 25권까지 나왔을 때로군요.)
갈채나 도시의 라이온등은 아니었지만 암튼 생각해 보세요.
만화방에 갈때마다 손에 쏙쏙 걸려드는 것들이 현재까지도 휘황찬란한
명성을 자랑하는 그런 책들인 겁니다.
가끔씩 생각하면 지금도 정말 그리운 시절입니다.-_-;;;
그런 중2를 보내고 난후 중3이 되었을 무렵 저는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연합고사가 끝날때까지 만화방을 가지 않겠다는 대단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목적은 '공부를 위해서...' 그러나 속내는 '볼책이 없어서...'
그런 엄청난 책들을 보고 나니 이미 웬만한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데다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지 오래...
그래 1년뒤에 오자. 그러면 새책도 많을 것이고 못본책들의 뒷권이 나와있을 것이다.
그런 결심하에 저는 진짜로 연합고사 끝날때까지 만화방을 안갔습니다.
정말 기특합니다...-_-;;;
그리고 연합고사가 끝났습니다. 그날로 만화방으로 출동합니다.
그리고 참담한 실망을 맛봅니다. 도대체 원하는 책이 나와주지를 않은 겁니다.
아르미안 27권 정도가 고작이었을 겁니다. 사실 그것도 이미 본거였구요.
모의고사 보는날 친구가 가져 왔었거든요.
가눌수 없는 실망을 안고 제가 골라든 것이 바로 김진님의 '1815...' 였습니다.
새로 생긴 만화방엘 갔는데 그게 있더라구요. 그당시 제가 못본 김진님 유일한
작품이기도 했구요.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습니다.
만화방 아저씨 말립니다. 그거 빌려가는 사람들마다 욕설과 함께 돌아온 책이랍니다.
인기최고인 나하란의 '호텔왕의 연인'(제목도 안 잊어먹는다...-_-) 을 가져가라고
품에 안은 1815...를 뺏고 호텔왕의 연인을 강매하듯이 안깁니다.
저는 거의 울먹거리는채 1815...를 뺏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칩니다.
만화방 아저씨, 결국 포기하시고 절대로 당신을 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빌려 주십니다.
그리고 집에 들고와 저는 1815...를 펴듭니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정말 심장을 울리는 작품들, 너무 많았죠.
그런데 저는 유독 1815...에 감정이입이 그렇게 잘 될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책이든 만화든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재밌게 보고 감동도 느끼고 화도 내고 하지만 말 그대로 심장이 쥐어뜯긴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훼스의 창 정도가 그런 감정을 느꼈지만 그건 남자주인공 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그마치 시베리아에서 6년여의 세월을 썩는다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크라우스요...)
유형 갔다가도 잘들 빠져나오고 기억상실증 걸리고도 금방 기억 되찾고들 하잖아요.
거기다가 여자주인공 씩이나 되는 사람은 자그마치 죽을때까지도 제 정신이 아닌겁니다.
저는 그게 충격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밤 9시에 읽기 시작해서 5시 반에 다 읽고
잠 한숨 못찬채 학교로 향해야 했던 비못사몽 때문이이도 했을거구요.
그런데 1815...에는 그야말로 심장을 쥐여 뜯겼습니다.
환경도 성격도 하다못해 성별조차도 무엇하나 나와 비슷한 점이 없었음에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야말로 헤벨레~~~ 그냥 누워있었습니다.
몇가지 분석을 해보자면 나폴레옹 전쟁을 프랑스인이 아닌 독일인의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점, 주인공 사빈이 참으로 평범한 소년이었다는 점, 평범한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좋은 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형과 아버지에의 의문을 남기고
죽어가는 점이 얜 참 영웅도 아닌애가 어쩜 그리 안스럽니, 뭐 그런기분...
처음부터 이미 죽어있던 형 루드비히가 군데군데 참 적절하게 등장해주었다는 것...
주인공이 사랑다운 사랑도 못해보고 혼잣말만 하다가 죽었다는 점...
첫 전투에서 전투다운 전투도 못 치루고 심장저미는 나레이션을 남기고 죽었다는 점...
아버지 라인하르트 소령이 사빈의 시체를 안고 가면서 나폴레옹에게 그럽니다.
친애하는 나폴레옹 각하,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내 아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대충 그런식으로 말하다가 마지막으로
아마 다시 친애하는 나폴레옹 각하,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러면서 말을 끝맺을 겁니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라인하르트 소령도
죽은것 같고 형제의 어머니도 아이를 낳다가 사망합니다.
막내 지그문트가 라인하르트 성을 떠나며 이야기는 끝을 맺죠.
끝에 사빈이 성에서 지그문트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고 당시 중1이던 동생은 사빈 안죽은 거라고 박박 우겼습니다.
그애도 사빈에 미쳐 날뛰었지요. 그애는 아마 아이돌을 좋아하듯 사빈을 좋아했던가 봅니다.
저는 그냥 짠했습니다. 말 그대로 짠했어요.
그후에 외전인 바람숲의 헤리에타와 같은 시리즈인 가브리엘의 숲도 봤습니다만
역시 '1815...'만 하지는 못했지요.
그때 거기에 나오던 시들 다 적어놓고 외우다시피 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나네요.
벌써 10년전 이야기... 1815...가 아마 재판되어 나오기는 한듯 싶습니다만
당시는 한국책들, 신문들, 아무것도 못읽고 살던 때여서 구입하지를 못했습니다.
정말정말 구입하고 싶지만 재판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중고장터든
어디든 참 얼굴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정말로 정말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열다섯의 감성으로 나는 1815...를
사랑했을 지라도 그리하여 지금 다시 본다면 실망하게 될지라도 그런것들을
뛰어넘은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게 1815...는...
그러고보니 '별의 초상'은 아직도 보지 못했군요. 당시에 봤더라면 또다른
감동에 치달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충분히
되지는 못하겠지요...
잠자리에 누웠다가 문득 1815... 생각이 나서 이렇게 지껄여 봅니다.
지껄인것 치고는 말이 무척 많군요. 그만큼 그리워서 그런가 봅니다.
-이 글은 08/07/2004년에 쓰여진 글입니다.
제가 1815... 를 읽은것은 중3때입니다. 92년 정도였죠. (나이 뽀록난다...-_-)
저는 중2 무렵 대작이라 불리는 것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행운을 누릴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무렵부터 보물섬이며 소년중앙등은 대놓고 읽었지만 소위 '만화방'을
다니기 시작한게 그때부터란 얘기죠.
그해 봄부터 겨울 무렵까지 저는 자그마치 북해의 별, 비천무, 별빛속에,
17세의 나레이션, 현재진행형, 이카드입니까...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베르사이유의 장미나 올훼스의 창 황미나님 작품들
(주로 불새의 늪, 아뉴스 데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우리는 길잃은 작은새를 보았다 등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미라님 작품들(말 그대로 한시대만...-_-), 만화방에 쌓여있던
지나간 르네상스의 라비헴 폴리스, 1999년생, 아라크노아, 테르미도르 등등...
그 당시 그 정체를 몰랐던 김영숙의 갈채시리즈, 도시의 라이온 시리즈, 안개속의 불빛 등등...
세상에... 그야말로 황금기였군요.
더욱 행운이었던 것은 그것들을 완결난채로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아르미안은 당시 구판으로 25권까지 나왔을 때로군요.)
갈채나 도시의 라이온등은 아니었지만 암튼 생각해 보세요.
만화방에 갈때마다 손에 쏙쏙 걸려드는 것들이 현재까지도 휘황찬란한
명성을 자랑하는 그런 책들인 겁니다.
가끔씩 생각하면 지금도 정말 그리운 시절입니다.-_-;;;
그런 중2를 보내고 난후 중3이 되었을 무렵 저는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연합고사가 끝날때까지 만화방을 가지 않겠다는 대단한 다짐을 하게 되는 겁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목적은 '공부를 위해서...' 그러나 속내는 '볼책이 없어서...'
그런 엄청난 책들을 보고 나니 이미 웬만한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데다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지 오래...
그래 1년뒤에 오자. 그러면 새책도 많을 것이고 못본책들의 뒷권이 나와있을 것이다.
그런 결심하에 저는 진짜로 연합고사 끝날때까지 만화방을 안갔습니다.
정말 기특합니다...-_-;;;
그리고 연합고사가 끝났습니다. 그날로 만화방으로 출동합니다.
그리고 참담한 실망을 맛봅니다. 도대체 원하는 책이 나와주지를 않은 겁니다.
아르미안 27권 정도가 고작이었을 겁니다. 사실 그것도 이미 본거였구요.
모의고사 보는날 친구가 가져 왔었거든요.
가눌수 없는 실망을 안고 제가 골라든 것이 바로 김진님의 '1815...' 였습니다.
새로 생긴 만화방엘 갔는데 그게 있더라구요. 그당시 제가 못본 김진님 유일한
작품이기도 했구요.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습니다.
만화방 아저씨 말립니다. 그거 빌려가는 사람들마다 욕설과 함께 돌아온 책이랍니다.
인기최고인 나하란의 '호텔왕의 연인'(제목도 안 잊어먹는다...-_-) 을 가져가라고
품에 안은 1815...를 뺏고 호텔왕의 연인을 강매하듯이 안깁니다.
저는 거의 울먹거리는채 1815...를 뺏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칩니다.
만화방 아저씨, 결국 포기하시고 절대로 당신을 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빌려 주십니다.
그리고 집에 들고와 저는 1815...를 펴듭니다.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정말정말 심장을 울리는 작품들, 너무 많았죠.
그런데 저는 유독 1815...에 감정이입이 그렇게 잘 될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책이든 만화든 감정이입을 잘 하는 편이 아닙니다.
재밌게 보고 감동도 느끼고 화도 내고 하지만 말 그대로 심장이 쥐어뜯긴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입니다.
올훼스의 창 정도가 그런 감정을 느꼈지만 그건 남자주인공 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그마치 시베리아에서 6년여의 세월을 썩는다는 설정 때문이었습니다. (크라우스요...)
유형 갔다가도 잘들 빠져나오고 기억상실증 걸리고도 금방 기억 되찾고들 하잖아요.
거기다가 여자주인공 씩이나 되는 사람은 자그마치 죽을때까지도 제 정신이 아닌겁니다.
저는 그게 충격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밤 9시에 읽기 시작해서 5시 반에 다 읽고
잠 한숨 못찬채 학교로 향해야 했던 비못사몽 때문이이도 했을거구요.
그런데 1815...에는 그야말로 심장을 쥐여 뜯겼습니다.
환경도 성격도 하다못해 성별조차도 무엇하나 나와 비슷한 점이 없었음에도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야말로 헤벨레~~~ 그냥 누워있었습니다.
몇가지 분석을 해보자면 나폴레옹 전쟁을 프랑스인이 아닌 독일인의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점, 주인공 사빈이 참으로 평범한 소년이었다는 점, 평범한 책임감과
성실성으로 좋은 형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형과 아버지에의 의문을 남기고
죽어가는 점이 얜 참 영웅도 아닌애가 어쩜 그리 안스럽니, 뭐 그런기분...
처음부터 이미 죽어있던 형 루드비히가 군데군데 참 적절하게 등장해주었다는 것...
주인공이 사랑다운 사랑도 못해보고 혼잣말만 하다가 죽었다는 점...
첫 전투에서 전투다운 전투도 못 치루고 심장저미는 나레이션을 남기고 죽었다는 점...
아버지 라인하르트 소령이 사빈의 시체를 안고 가면서 나폴레옹에게 그럽니다.
친애하는 나폴레옹 각하,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갔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었는지 나는 모릅니다. 내 아들이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릅니다.... 대충 그런식으로 말하다가 마지막으로
아마 다시 친애하는 나폴레옹 각하, 참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러면서 말을 끝맺을 겁니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라인하르트 소령도
죽은것 같고 형제의 어머니도 아이를 낳다가 사망합니다.
막내 지그문트가 라인하르트 성을 떠나며 이야기는 끝을 맺죠.
끝에 사빈이 성에서 지그문트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고 당시 중1이던 동생은 사빈 안죽은 거라고 박박 우겼습니다.
그애도 사빈에 미쳐 날뛰었지요. 그애는 아마 아이돌을 좋아하듯 사빈을 좋아했던가 봅니다.
저는 그냥 짠했습니다. 말 그대로 짠했어요.
그후에 외전인 바람숲의 헤리에타와 같은 시리즈인 가브리엘의 숲도 봤습니다만
역시 '1815...'만 하지는 못했지요.
그때 거기에 나오던 시들 다 적어놓고 외우다시피 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나네요.
벌써 10년전 이야기... 1815...가 아마 재판되어 나오기는 한듯 싶습니다만
당시는 한국책들, 신문들, 아무것도 못읽고 살던 때여서 구입하지를 못했습니다.
정말정말 구입하고 싶지만 재판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중고장터든
어디든 참 얼굴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정말로 정말로 다시 보고 싶습니다. 아마도 열다섯의 감성으로 나는 1815...를
사랑했을 지라도 그리하여 지금 다시 본다면 실망하게 될지라도 그런것들을
뛰어넘은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게 1815...는...
그러고보니 '별의 초상'은 아직도 보지 못했군요. 당시에 봤더라면 또다른
감동에 치달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아무래도 감정이입이 충분히
되지는 못하겠지요...
잠자리에 누웠다가 문득 1815... 생각이 나서 이렇게 지껄여 봅니다.
지껄인것 치고는 말이 무척 많군요. 그만큼 그리워서 그런가 봅니다.
-이 글은 08/07/2004년에 쓰여진 글입니다.